[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유통업이 AI 에이전트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쟁 구도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선도 기업들이 자체 AI 에이전트 구축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를 갖추지 못한 유통사는 글로벌 LLM 플랫폼에 상품을 공급하는 단순 공급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고다.
한승욱 PwC 전략부문 파트너는 딜사이트가 1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AI가 바꾸는 유통의 미래 지도’를 주제로 개최한 '2026 유통포럼'에서 "쇼핑의 시작이 검색 엔진에서 AI로 이동했다"며 "전체 소비자의 56%가 이미 AI로 쇼핑을 시작하고 있고 AI 기반 초개인화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의 구매 전환율은 그렇지 않은 고객 대비 2.3배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AI 에이전트가 유통의 판을 바꾸는 핵심 동력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과거 10년간은 유통업계가 추구했던 옴니채널이 실질적으로 구현되지 못했지만, AI 에이전트는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고 고객 경험을 심리스하게 연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파트너는 "소비자가 소파를 바꾸고 싶다는 대화 한마디에 AI 에이전트가 취향과 예산을 반영한 후보군을 제시하고, 매장 안내부터 결제까지 이어지는 경험이 이미 실현되고 있다"며 "고객이 스스로 조사하고 판단하는 의사결정자에서 추천된 정보를 선택하는 승인자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AI 에이전트 도입에 따라 달라진 경쟁구도 역시 언급됐다. 유통사와 유통사가 경쟁하던 시대를 뒤로하고 ▲자체 AI 에이전트를 보유한 유통사와 ▲유통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글로벌 LLM 기업 ▲패션 특화 버티컬 에이전트까지 등장하면서 경쟁의 성격 자체가 바뀌었다는 진단이다.
글로벌 유통 강자들의 대응 사례도 상세히 공유됐다. 월마트는 자체 쇼핑 AI 에이전트 '스파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현재 월마트 앱 사용자의 절반 이상이 스파키를 활용하며, 스파키 이용 고객의 평균 주문 금액은 비이용 고객보다 3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파트너는 월마트가 GPT와 협업 당시 자체 에이전트를 앞세운 대응 방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고객 결제 흐름이 GPT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월마트 시스템 밖으로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월마트는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2026년 3월 GPT 내부에 스파키를 임베딩하는 방식으로 구조를 바꿨다.
그는 "AI 에이전트가 없으면 결국 LLM 플랫폼에 상품을 공급하는 역할밖에 못하게 된다"며 "자체 에이전트를 보유하고 LLM과 상대하는 것이 최후의 마지노선"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유통사에 대한 냉정한 진단도 이어졌다. 한 파트너는 "한국은 온라인 침투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AI 활용 준비도를 기준으로 보면 아직 갈 길이 멀다"며 "고객 쇼핑 의사결정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통합하고 있는지, 그것을 계열사나 타 부서와 연계해 단일 고객 ID로 관리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통사들이 갖춰야 할 과제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자체 AI 에이전트 확보, LLM과의 협업 시 데이터 주도권과 역할 분담에 대한 명확한 원칙 수립 그리고 AI 활용 가능한 형태로의 데이터 통합 관리가 그것이다. 여기에 더해 AI 전환을 실제로 이끌 임직원 조직과 KPI 체계를 표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파트너는 "오늘 말씀드린 내용이 다음 주면 거짓말이 될 수도 있을 만큼 AI의 변화 속도는 빠르다"며 "하지만 그 방향성만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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