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령 기자] 앤트로픽(Anthropic)이 서울 오피스를 공식 개소하고 한국 사업을 본격화했다. 앤트로픽은 한국을 개발자 생태계와 반도체·메모리 등 하드웨어 혁신까지 풀스택을 갖춘 시장으로 평가하며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로 꼽았다. 다만 수출 통제와 국내 통신사를 둘러싼 프로젝트 글래스윙 논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앤트로픽은 17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크리스 차우리(Chris Ciauri) 앤트로픽 인터내셔널 총괄과 최기영 앤트로픽 한국 대표가 참석했다.
차우리 총괄은 "한국의 AI 기본법이 혁신을 촉진하면서도 개발의 안전성을 담보하는 위험 기반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앤트로픽의 철학과 맞닿아 있다"며 "이것이 우리가 한국에 진출하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현재 앤트로픽의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중 하나"라며 "116개국 중 1인당 사용량 기준 12위인데 한국의 기술·개발자 기반을 감안하면 조만간 한 자릿수 순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기영 한국 대표는 "앤트로픽보다 한국이 더 먼저 준비가 됐다"며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AI 포괄적 법안을 마련한 나라이고 2030년 AI 3대 강국이라는 정부 목표와 강력한 개발자 생태계, 반도체·메모리 등 하드웨어 혁신까지 풀스택을 갖춘 나라"라고 강조했다. 앤트로픽 경제 지수에 따르면 한국 사용자들은 기술·코딩과 창의적 업무 비중이 타국 대비 높아 실질 업무에 깊게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앤트로픽은 한국 오피스 운영을 위해 기술·영업·정책·운영을 아우르는 전담 조직을 구축 중이며 한국어 성능 고도화와 데이터 레지던시 옵션도 검토하고 있다.
시장 공략 전략으로는 ▲비즈니스 조직 강화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 및 SI 파트너와의 생태계 협력 ▲개발자 커뮤니티 지원 등 세 가지 축을 제시했다. 최 대표는 "지난해 9월부터 운영 중인 클로드 밋업은 매회 100명 이상이 참여할 정도로 개발자들의 관심이 높다"며 "본사 엔지니어링 팀과 국내 개발자들이 직접 연결될 수 있는 기회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클로드는 이미 국내 다수 기업에 적용되고 있다. 네이버는 수천 명의 개발자가 클로드 코드로 개발 생산성을 높이고 있으며 넥슨은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서비스하는 게임의 설계·코딩·검토·배포에 클로드 코드를 활용하고 있다. LG CNS는 수천 명 임직원을 대상으로 클로드를 교육·적용하고 있으며 한화솔루션은 AWS 베드록을 통해 글로벌 임직원에게 클로드를 제공하고 있다.
비영리 분야에서는 굿네이버스에 클로드를 제공해 사회복지사들이 행정 업무 시간을 줄이고 아동 복지 활동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연구 분야에서는 KAIST·고려대·연세대·POSTECH 등이 참여하는 국가AI연구거점(NAIRL)과 협력해 소속 연구자 최대 60명에게 무료 클로드 계정을 제공하고 AI 안전성·모델 평가·정렬(Alignment)·모델 강건성(Robustness) 연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처럼 앤트로픽이 한국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최근 이 회사를 둘러싼 논란도 적지 않다. 미국 정부가 앤트로픽의 최첨단 AI 모델에 수출 통제 조치를 내린 배경에 한국 통신사가 영향을 미쳤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면서다. 다만 앤트로픽은 이와 관련해 말을 아꼈다.
앞서 이달 초 앤트로픽은 SK텔레콤·삼성전자·SK하이닉스·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프로젝트 글래스윙 합류를 공식화한 바 있다. 프로젝트 글래스윙은 앤트로픽의 차세대 모델 클로드 미토스를 선제 활용해 보안 취약점을 탐지하고 방어 체계를 구축하는 글로벌 AI 보안 협의체로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애플 등 빅테크와 시스코·팔로알토네트웍스 등 보안기업을 포함한 50여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15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앤트로픽의 최신 AI 모델 사전 사용자 명단에서 중국 연계 의혹이 제기된 한국 통신사 1곳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서 실명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프로젝트 글래스윙 참여 사실을 공개한 SK텔레콤이 업계 일각에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다. SK텔레콤은 "중국과 연계된 통신사가 아니며 미국 정부로부터 어떠한 공식·비공식 통지도 받은 바 없다"고 부인했고 KT와 LG유플러스도 "미토스 접근 권한을 받은 적이 없다"며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차우리 총괄은 글래스윙 관련 질문에 "현재로선 코멘트하지 않겠다. 상황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는 매우 제한적인 사안이며 수일 내에 해결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을 아꼈다.
수출 통제 논란과 함께 모델 성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앤트로픽은 이달 9일 차세대 최상위 AI 모델 클로드 페이블 5와 미토스 5를 공개했으나 함께 공개된 시스템 카드에서 두 모델이 최첨단 LLM 개발 관련 작업 감지 시 사용자에게 알리지 않고 응답 품질을 의도적으로 낮추도록 설계됐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업계에서 기만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앤트로픽은 약 이틀 만에 해당 정책을 철회하고 사과했다.
앞서 지난 4월에도 성능 저하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 앤트로픽은 공식 기술 보고서를 통해 모델 자체가 아닌 제품 레이어 변경이 원인이었다고 밝혔다. 기본 추론 강도 하향 조정, 캐싱 로직 버그, 응답 길이 제한 도입 등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으며 이후 문제를 수정하고 유료 사용자 전원의 사용 한도를 초기화하는 보상 조치를 시행했다.
차우리 총괄은 이러한 성능 저하 우려에 대해 "2주 전 출시된 오퍼스(Opus) 4.8은 현재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일반 공개 모델"이라며 "미토스에 먼저 접근한 기업들로부터 보안 측면에서 비교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정부와 기업 모두로부터 받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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