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슬이 기자] “스타트업을 자문한다는 것은 사실상 사내 변호사 역할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고객사가 성장하면서 마주하는 거의 모든 문제를 함께 고민합니다."
초기 창업 기업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투자 유치가 최우선 과제였다가도 다음 날에는 핵심 인력 확보가, 또 어느 순간에는 해외 진출이 가장 큰 고민이 된다. 성장 속도가 빠른 만큼 마주하는 문제도 끊임없이 변한다. 사업 초기에는 계약서 한 장이 중요하지만 조직이 커지면 인사·노무 이슈가 생겨난다.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면 예상치 못한 규제에 좌절하기도 한다. 벤처·스타트업 자문 변호사들이 흔히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불리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 A부터 Z까지…"벤처·스타트업 자문은 장기 프로젝트"
법무법인 린의 조선희 변호사 역시 이런 수식어가 어울린다. 이제 막 회사를 설립한 기업부터 코스닥 상장을 앞둔 기업, ESG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구축하려는 중견기업까지 다양한 고객사들과 호흡을 맞춰왔다. 15년 간 현장에서 마주한 창업자들 고민은 변화무쌍했지만 뒤를 돌아보면 그건 성장통이라는 하나의 문제로 정의할 수 있었다.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는 가파른 성장 만큼 변화도 빠르게 나타났다. 같은 기업가치(밸류에이션)라도 시장이 바라보는 기준은 몇 년 새 크게 달라졌고 창업자들 고민 역시 복잡 다단해졌다. 조 변호사는 현장에서 만나는 고객사들이 던지는 질문에도 큰 변화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선희 변호사는 "예전에는 투자 유치가 성사되느냐, 어느 정도 수준의 밸류를 받을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였지만 최근에는 이 조항이 다음 투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나중에 상장을 추진할 때 문제가 되지는 않을 지와 같은 질문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이 성숙해지자 법률 자문을 대하는 기업들의 수준도 한층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기업의 성장 궤도를 지켜보면 언제나 기억에 남는 순간은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과정을 곁에서 지켜볼 때다. 최근 시리즈A 투자 유치를 마무리한 제조업체가 그렇다. 차세대 에너지 소재 관련 신기술을 보유한 이 회사는 설립 초기부터 조 변호사와 합을 맞췄다.
조 변호사는 “처음 자문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작은 회사였는데 어느새 수백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회사가 됐다"며 "변호사로서도 기업의 성장 과정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탰다는 생각이 들어 의미가 크다”고 회상했다.
기본적으로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타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성향은 그의 자문 업무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조 변호사는 단순히 책상에 앉아 서면만 들여다보지 않는다. 하루가 다르게 환경이 변하는 초기 기업 특성상 수시로 경영진과 마주 앉아 회사의 속사정을 듣고 머리를 맞댄다.
이렇게 창업자들과 직접 마주하다 보니 이들이 흔히 빠지는 함정도 미리 짚어낼 수 있다. 자금 조달이 시급한 초기 기업일수록 당장의 투자를 성사시키기 위해 무리한 조건까지 덜컥 수용하려고 하는 경우다. 이때 훗날 불거질 리스크를 차단하고 협상의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것이 조 변호사의 몫이다.
조 변호사는 “벤처·스타트업 자문은 짧은 거래 하나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 현재보다 미래를 더 많이 고민해야 하는 일종의 장기 프로젝트”라며 “그렇기에 변호사 역시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기준과 중심을 갖고 고객사에게 자문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린, 스타트업·벤처투자팀 출범
린은 올해 상반기 스타트업·벤처투자팀을 신설하며 본격적으로 초기 창업 기업 자문 시장 공략에 나섰다. 기존 기업자문팀에서 수행하던 업무를 별도 조직으로 분리한 것으로 조 변호사가 팀장을 맡았다. 법인 설립부터 투자 유치, 해외 진출, 플립(Flip), 기업공개(IPO) 준비까지 스타트업 성장 과정 전반을 아우르는 자문 수요가 늘어나면서 보다 체계적인 대응에 나서기 위해서다.
스타트업·벤처투자 자문 시장은 오랫동안 중소형 부티크 로펌들의 무대로 여겨졌다. 빠른 의사결정과 밀착형 자문이 요구되는 만큼 대형 로펌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쉽지 않은 영역이다. 반면 기업이 성장할수록 공정거래와 조세, 노동, 지식재산권(IP) 등 복합적인 이슈가 동시에 발생하는 만큼 일정 규모 이상의 전문 인력도 필요하다. 벤처·스타트업팀 출범은 이러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다.
린에는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들을 비롯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스타트업의 성장 과정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법률 이슈를 한 조직 안에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 셈이다. 사안에 따라 필요한 전문가들이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협업 문화가 정착돼있는 점도 강점 중 하나다.
젊은 분위기의 조직 문화 역시 린의 특징이다. 조직 운영과 관련한 의견을 경영진과 직접 논의할 수 있고 새로운 시도에 대한 수용 속도도 빠른 편이다. 스타트업·벤처투자 팀 신설 역시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추진된 조직 개편 가운데 하나다. 하루게 다르게 변화하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발맞춰 조직 역시 유연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조 변호사는 “스타트업들이 성장 과정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법률 수요를 한 조직 안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며 “회사 차원에서도 스타트업·벤처투자팀 조직 확대와 역량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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