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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참여'로 돌린 풍력…태백 가덕산의 실험
조은비 기자
2025.11.11 08:00:19
국산 기자재 투입된 64MW 실증 단지, 주민이 채권자이자 수익자
이 기사는 2025년 11월 11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태백가덕산풍력발지 단지를 촬영한 모습. 해발 고도 1078m인 가덕산 고지에 1단계 12기, 2단계 5기의 풍력발전기가 총 11km 길이로 설치돼 있다. 출처=조은비 기자

[딜사이트 조은비 기자] 6일 오전 찾은 강원 태백의 가덕산 능선은 거친 산세와 달리 생각보다 고요했다. 가덕산 중턱까지 버스로 이동한 뒤 다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로 갈아타고 덜컹거리는 길을 15분 이상 더 올라가니 거대한 풍력 발전 타워가 눈에 들어왔다. 


해발 1000m 안팎의 산등성이 위로 부는 바람이 거세지 않았지만, 능선을 따라 밝은 회색빛의 풍력 타워가 고지마다 두세기씩 흩어져 서 있었다. 회전은 크지 않았으나, 거대한 블레이드는 일정한 속도로 천천히 원을 그렸다. 연중 평균 초속 7~8m의 가덕산의 질 좋은 바람이 하얀색 풍력 발전기들을 돌리며 태백을 재생에너지의 중심지로 만들고 있었다. 


태백가덕산풍력발전㈜이 운영하는 이 단지는 총 64MW(메가와트) 규모로, 1·2단계에 걸쳐 17기의 터빈이 가동 중이다. 현장 관계자는 "풍속이 초속 3m만 돼도 발전이 가능하다"며 "생산된 전력은 신태백 변전소를 거쳐 신가평 변전소로 흘러가 경기권 수요지로 공급된다"고 설명했다.


김수철 태백가덕산풍력발전 발전소장은 거대한 블레이드를 가리키며 "육상에서는 운송과 지형 한계 때문에 6MW급이 사실상 상한"이라고 했다. 면적(스윕)에 비례해 발전량이 늘어나 대형화는 필수지만, 도로의 곡각 반경이나 터널 높이 같은 물류 제약이 현실적 한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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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가덕산풍력발지 단지. 출처=조은비 기자

이렇게 만들어진 전력은 산 아래 변전소로 모이고, 운영 현금흐름은 주민참여채권 이자 지급의 재원이 된다. 가덕산은 국내 육상 풍력 가운데 국내최초로 주민참여형(채권형)을 도입한 사례다. 주민이 직접 채권을 매입해 이자를 받는 방식으로, 단순한 보상금이 아니라 '투자 수익'을 나누는 구조다. 현장 설명 기준으로 1단계 연 10%, 2단계 연 11%(세전)의 확정이자 조건이 제시됐다. 실제 수령액은 이자소득세(원천징수 15.4%) 등 공제 후 낮아진다.


참여 한도는 제도 변화에 따라 달라졌다. 1단계는 금융위 규제샌드박스를 적용해 1인당 40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었지만, 2단계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 적용으로 500만원으로 제한됐다. 이후 주민참여형 신재생 사업에 한해 1인당 3000만원까지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됐다. 실제 투자자는 200~300명 수준으로, 루트에너지 플랫폼을 통해 채권 발행과 이자 지급이 이뤄진다.


물론 '참여'만으로 모든 갈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수익이 지역에 돌아가더라도, 풍력단지가 생활공간 가까이 들어온다는 사실 자체가 부담으로 남는다. 태백시는 풍력발전시설에 대한 별도 '이격거리' 조례를 두고 있지 않지만, 단지에서 가장 가까운 민가는 약 1km 이상 떨어져 있다는 게 현장 설명이다. 


한 관계자는 "숫자상 거리가 충분해도, 터빈이 시야에 들어오면 심리적 압박감을 호소하는 주민이 있다"고 귀띔했다. 3단계 확장 구간에는 신규 마을이 포함돼 있어, 주민 동의율 확보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수용성 문제는 단순한 기술적 거리가 아니라 생활감각의 영역임을 보여준다.


태백가덕산풍력발지 단지. 출처=조은비 기자

이러한 '사회적 기술'은 제도와 구조 속에서 구현된다. 가덕산 프로젝트는 공공이 참여한 구조에서 출발했다. 태백가덕산풍력발전㈜은 한국동서발전과 강원도가 각각 34%, 태백시가 10%, 코오롱글로벌이 20%(지역기업 '동성' 2%)를 출자한 SPC다. 행정안전부 승인을 받으려면 '공익성'이 담보돼야 했고, 주민참여형 구조가 그 근거가 됐다. 사업 종료 후에는 원상복구 비용을 장기 예치하고, 관련 법에 따른 사후점검을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풍력업계는 가덕산을 '주민참여형 정책의 실험대'로 본다. ▲규제샌드박스 ▲온투법 적용 ▲채권형 투자 확대 ▲정부의 이익공유 제도 설계로 이어지는 흐름이 이곳에서 먼저 시험됐기 때문이다. 주민이 채권자이자 수익자가 되는 구조는 단순한 분배를 넘어, 수용성이라는 가장 큰 과제를 풀기 위한 하나의 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면서 민원도 줄이고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기덕 태백가덕산풍력발전 대표는 "에너지전환 가속화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3~4단계 사업을 연속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3단계 사업에 대해 주민 동의 절차를 대부분 마친 상태"라며 "추가 사업을 성공시켜 태백이 타 지자체의 청정에너지 사업의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도 2030년까지 풍력 19.3GW(육상 5GW·해상 14.3GW) 보급목표를 제시하고, 주민참여형에 대한 신재생공급인증서(REC) 가중치 등 인센티브 확대 방안을 검토 중이다. REC 가중치는 재생에너지 사업의 수익성을 결정짓는 핵심 제도다. 정부의 실험이 제도로 굳어지는 동안, 가덕산은 이미 그 현실적 해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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