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준우 기자] 코스닥 상장사 '에이엘티'가 2공장 증설 계획을 5년 뒤로 미루면서 성장 전략에 제동이 걸렸다. 비메모리 반도체 수요에 선제 대응하려던 포석이 빗나간 데다, 주가 부진으로 전환사채(CB) 풋옵션 부담까지 겹치며 재무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에이엘티의 2공장 투자 일정은 2030년 9월로 연기됐다. 당초 이달 말 완공을 목표로 했으나, 부지 조성이 늦어지면서 착공과 준공 모두 지연된 것이다. 해당 부지는 서오창테크노밸리 산업단지 내에 있다.
에이엘티는 비메모리 반도체 테스트 장치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고객사 수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선제적 설비 투자가 필수적인 산업 특성상, 2공장 증설은 중장기 성장 전략의 핵심이었다. 그러나 완공 시점이 밀리면서 외형 확대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에이엘티는 2023년 코스닥 상장 당시 조달한 공모자금 215억원 중 80억원을 2공장 건립에 배정했다. 이 가운데 10억원은 토지 잔금, 70억원은 건축비로 쓰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증설이 지연되면서 70억원은 기존 공장 시설 투자로 전용됐다.
현재 에이엘티는 2공장 증축을 위한 토지 계약금과 중도금은 지급한 상태로, 잔금 지급만 남겨두고 있다. 완공 시점이 기존 계획보다 5년 밀렸지만 잔금 납입일은 1년 밀렸다. 기존에 건축자금으로 할당했었던 70억원을 다른 용도로 활용한 탓에 잔금 지급 목적의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서야 한다. 잔금 납부를 위한 별도의 자금 마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재무 여력은 넉넉지 않다. 올해 상반기 별도기준 현금성자산은 52억원에 불과한 반면, 유동차입금은 276억원에 달한다. 유동비율은 65%, 차입금 의존도는 45%로, 매년 30억~40억원의 이자비용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를 감안할 때 차입을 통해 잔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올해 4월 기준 에이엘티 신용등급은 B으로, 금융사 신용대출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자산을 활용한 담보대출을 계획 중이다.
문제는 계속된 실적 부진에 재무 건전성이 다소 악화된 상황에서 공장 증축 계획까지 5년 밀리면서 풋옵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에이엘티는 지난해 6월 2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해당 CB의 표면·만기이자는 모두 0%로 설정됐다. 재무적투자자(FI) 입장에서 전환권 행사를 통한 차익실현만 가능하다.
그러나 주가는 이달 18일 종가 기준 9840원으로 전환가액(2만5500원)을 크게 밑돌고 있어 풋옵션 부담이 상당하다. 풋옵션 행사 기간은 내년 10월부터로, 이 기간 에이엘티는 공장 잔금(70억원)도 마련해야 한다.
실적도 부진하다.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은 5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 증가했다. 적자 기조는 비메모리 부문에서의 실적이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에이엘티 측 설명이다. 이 가운데 2공장 완공이 5년 뒤로 밀리면서 외형 성장은 물론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도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에이엘티 측도 주가 하락에 대한 부담이 없지 않은 모양새다. 최근 천병태 회장은 에이엘티 주식 2만4544주를 약 2억원에 장내매입했다.
에이엘티 관계자는 "내년 토지 등을 담보로 금융사에서 차입할 계획이며, (2공장이) 완공되면 건물을 담보로 추가 차입이 가능하다"며 "장치산업이다보니 매출액의 절반가량이 감가상각비로 인식된다"고 말했다. 풋옵션에 대해서는 "당장은 압박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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