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2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국내 AI(인공지능) 산업 육성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전 국민 챗GPT 시대 개막 공약을 내세우면서도 구체적인 예산 마련 방안을 내놓지 못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겨냥한 행보로 해석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반도체·AI 첨단산업본부는 AI 3대 강국 도약 전략을 발표했다. 이날 양향자 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김문수 정부는 AI로 경제 전반을 재구축해 세계 AI 주도국으로의 도약을 이끌 것"이라며 6가지 반도체 산업 육성 비전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AI 반도체 자주 국가 수립 ▲K-반도체 3대 초격차로 점프업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완공 ▲반도체 중소·중견기업 기술 사다리 프로젝트 ▲반도체 안보 동맹 구축, 기술 주권 및 공급망 주도권 확보 ▲AI·반도체 산업 맞춤형 에너지 정책 대개조를 약속했다.

이를 위해 민관 매칭 방식으로 연간 2조원 규모의 'AI 반도체 혁신펀드'를 조성할 예정이다. 양 위원장은 "국내 유망 팹리스 스타트업에 R&D(연구개발)과 설비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며 "대통령 직속 'K-반도체' 컨트롤타워를 설치해서 민관 협의, 예산 배분, 인력 양성 등의 전권을 위임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재명 후보의 AI 공약을 겨냥한 전략적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후보가 내놓은 AI 공약에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진정성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관측이다.

이 후보는 AI를 세계 경제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보고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전 국민이 AI를 전자계산기 다루듯 하는 '모두의 챗GPT'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이를 위해 정부가 민간 투자의 마중물이 돼 AI 관련 예산을 선진국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증액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김 후보는 챗 GPT를 대중화한다는 이 후보의 아이디어가 허상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실제 김 후보는 지난 18일 열린 대통령 후보 1차 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가 모두의 AI 시대를 연다고 했는데, 전 국민에게 관련 계정을 지급하려면 12조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며 "나아가 대한민국의 AI 산업이 갈라파고스화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AI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12조원이 들지는 않을 것"이라며 "민간기업들 과 연합해서 국민 AI를 공동 개발하도록 할 것"이라며 다소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준석 후보가 이재명 후보를 향해 'HOW'(구체적인 방안)가 결여돼 있다고 공세를 펴 온 것처럼 김문수 후보도 이와 유사한 전략을 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