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이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4680 원통형 배터리의 램프업(대량생산)이 당초 계획보다 1년 가량 지연되면서 이에 대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주요 고객사인 테슬라의 공급 요청 지연과 수요 정체, 경쟁 심화, 배터리 내재화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슈퍼갑인 테슬라가 일방적으로 양산 일정을 늦추더라도 LG엔솔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기존 일정 대비 1년이 지난 오는 6~7월로 양산 목표가 지연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섣불리 양산 일정 등을 외부에 공개할 경우 실적 부진에 따른 부담감도 큰 상황이라 LG엔솔 입장에서는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어려운 것으로 예측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오창공장에서 4680 배터리를 파일럿 라인 수준으로 생산 중이며 최근 협력사들에게도 본격적인 램프업 준비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2024년 8~9월 양산을 목표로 준비했지만 연말로 일정이 미뤄졌고, 이후 실제 램프업까지 약 7개월이 더 소요됐다.

업계에 따르면 지연의 배경에는 테슬라의 배터리 내재화 확대가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1~2월 기준 테슬라의 자체 배터리 내재화 비중은 9.0%로 전년 동기 1.1%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테슬라의 주력 모델인 모델Y에도 4680 배터리 탑재가 확대되며 자체 생산 역량이 강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로 인해 테슬라가 외부 공급사로부터의 배터리 수급에 소극적 자세를 취하면서 LG엔솔 역시 생산 일정을 쉽게 앞당기지 못한 상황이다. 여기에 일본 파나소닉 역시 4680 배터리 양산을 준비 완료한 상태로 공급 경쟁이 격화되면서 LG엔솔 입장에서는 테슬라의 공급 일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분석도 나온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LG엔솔과 테슬라는 갑을 관계에 있어 테슬라가 조금만 늦추자고 해도 거부를 하지 못한다"며 "물론 파나소닉이 케파(생산능력)를 다 채우진 못하지만 경쟁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LG엔솔이 테슬라 눈치를 보며 계속 양산 계획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도 양산 과정이 지연된다면 LG엔솔에게는 큰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이 나온다. 4680 배터리를 차세대 게임 체인저로 소개하며 시장의 기대를 끌어왔지만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LG엔솔은 기술 개발 마무리 단계라고 밝히지만 업계에서는 수요 부진 등으로 아직까지 의미 있는 실적을 내지 못해 양산 일정을 외부에 구체적으로 밝히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는 과도한 기대 이후 성과 부진이 드러날 경우 시장 신뢰도와 실적에 미치는 부담을 의식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선 관계자는 "제품을 생산하다가 사양이 바뀌어 업그레이드 되면 양산으로 보진 않지만 LG엔솔의 4680 배터리는 개발 그 자체로만 봤을때는 이미 끝난 것으로 보인다"며 "차세대 배터리로 소개한 4680 배터리가 양산이 됐음에도 성과가 없는 모습을 보여주면 실적이 좋지 못한 가운데 추가적인 부담이 될 수 있어 양산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LG엔솔이 제일 답답한 상황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LG엔솔 IR 관계자는 "고객사 요청에 맞춰 양산 일정들을 조정하고 있다"며 "46 시리즈 관련해서는 다양한 고객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