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효성화학이 대출채권 유동화로 2000억원을 조달한다. 운영자금 조달 목적인데 이는 조만간 만기로 돌아오는 단기차입금 상환에 사용될 예정이다. 지난해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가 특수가스 사업 매각으로 가까스로 유동성 위기에서 탈출한 효성화학은 사업 체질 개선에 나서는 한편 초단기 자금조달로 단기 유동성 부담을 차츰 해소하는 모습이다. 다만 업황 회복 없이는 근본적인 재무구조 개선이 어려운 만큼 향후 유동성 관리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업계에 따르면 에이치캐슬제일차는 지난 2일 5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단기사채(ABSTB)를 발행했다. 에이치캐슬제일차는 유동화증권 발행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대출 만기일은 올해 7월 31일로 초단기 자금이다. 

ABSTB는 미래의 매출이나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대출채권을 만든 뒤 이를 유동화해 돈을 빌리는 구조다. SPC인 에이치캐슬제일차가 효성화학에 대출을 실행하고 해당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것이다. 효성화학의 모회사인 ㈜효성은 자금보충 및 미이행 시 유동화증권 채무인수 형태로 신용을 보강했다. 

효성화학은 이달 들어 초단기 자금조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지난 2일에 이어 13일에는 ABSTB 1000억원을 제2-1회차로 마련했고, 또 27일에는 500억원을 제2-2회차로 발행할 예정이다. 불과 한 달여만에 2000억원을 마련하는 셈이다. 제2-1회차와 제2-2회차의 만기일은 7월 18일로 동일하다. 

효성화학이 유동화증권을 발행한 것은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효성화학의 단기차입금은 1조8524억원이다. 그나마 지난해 말(2조4415억원)과 비교하면 24.1%(5891억원) 줄어든 것이다.  

같은기간 현금및현금성자산은 992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371억원에서 600억원 이상 늘었으나 유동성 부담을 완전히 털어내려면 고강도 자구책 마련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특수가스 사업부를 9200억원에 매각하며 현금이 유입됐으나 상당 부분을 베트남 법인(비나케미칼)의 신디케이트론(여러 은행이 구성하는 집단대출) 조기 상환에 소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이번 2000억원 규모 ABSTB 발행과 온산 탱크터미널 매각(1500억원), 베트남법인 지분 49% 매각(3965억원) 등에 따른 현금유입으로 단기 유동성 부담은 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밖에도 효성화학은 옵티컬 필름 및 필름 사업부 매각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경영 안정화를 위한 방안을 추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신용평가사 한 관계자는 "원래 회사채 발행을 통해 단기차입금을 차환을 하는게 나았겠지만 자본시장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지면서 상환밖에 할 수밖에 없으니 유동화증권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며 "그나마 이익이 나던 특수가스 사업부를 매각하고 탱크터미털, 필름 사업 매각까지 검토하면서 PP(폴리프로필렌) 업황 반등이 더 절실해진 상황이나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