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삼성증권이 복수의 핀테크(IT+금융) 기업 제휴를 통해 퇴직연금 RA(로보 어드바이저) 투자일임 시장에 뛰어들었다. 장기적으로 자체 개발한 AI(인공지능) 알고리즘에 기반을 둔 '투 트랙' 전략을 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국내 증권사를 통틀어 가장 이른 시점에 핀테크 기업과 협업을 통한 퇴직연금 RA 투자일임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핀테크 기업 2곳의 AI 알고리즘을 채택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차별화된 점이다.

퇴직연금 RA 투자일임 서비스는 RA가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퇴직연금 가입자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 삼아 투자자산 배분 및 리밸런싱 등을 자동 수행하는 서비스다. 가입자가 RA의 투자전략을 일일이 고르고 승인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앞서 삼성증권은 지난달 14일 삼성자산운용·쿼터백자산운용의 공동 소유 AI 알고리즘을 이용한 퇴직연금 RA 투자일임 서비스를 시작했다. 연이어 같은 달 15일 디셈버앤컴퍼니와 제휴한 퇴직연금 RA 투자일임 서비스도 내놓았다. 

다른 증권사를 살펴보면 한국투자증권이 지난달 15일 디셈버앤컴퍼니와 제휴해 퇴직연금 RA 투자일임 서비스를 내놓았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28일 개발에 참여한 AI 알고리즘 2종을 토대로 퇴직연금 RA 투자일임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증권은 RA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춘 핀테크 기업과 제휴를 통해 시장에 빨리 뛰어드는 동시에 안정성도 갖추려 했다. 더불어 퇴직연금 가입자가 삼성자산운용·쿼터백자산운용 또는 디셈버앤컴퍼니의 AI 알고리즘 중 원하는 쪽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퇴직연금 RA 투자일임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입자가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쿼터백자산운용·디셈버앤컴퍼니와 모두 협업하게 됐다"며 "다른 상품 라인업을 준비할 때도 다양성을 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쿼터백자산운용은 국내 첫 RA 전문 운용사로 2016년부터 관련 사업을 진행했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개인연금저축 및 비대면 투자일임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현재 퇴직연금 RA 투자일임 서비스에 집중하기 위해 서비스를 중단한 상황이다.

디셈버앤컴퍼니는 2019년 4월 국내 첫 AI 기반 투자일임 서비스 플랫폼인 '핀트'를 내놓은 곳이다. RA를 이용한 개인연금저축 투자일임 서비스 역시 디셈버앤컴퍼니에서 핀트를 통해 2021년 최초로 선보였다. 

삼성증권은 자체 개발한 AI 알고리즘 기반의 퇴직연금 RA 투자일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장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삼성증권도 AI 알고리즘을 개발할 능력을 갖춘 데다 퇴직연금 사업 경험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채널솔루션실을 통해 AI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며 "실제 서비스 여부나 구체적인 일정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자체 기술 기반의 퇴직연금 RA 투자일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은 2008년 퇴직연금 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직후인 2009년 퇴직연금본부를 신설하면서 사업 경험을 쌓아왔다.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퇴직연금 적립금 16조3063억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국내 증권업계 4위 수준이다.

삼성증권은 2022년 1월부터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엠팝'에 탑재된 '연금 S톡'을 통해 AI 기반의 퇴직연금 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퇴직연금본부를 자산관리부문에서 디지털부문 아래로 옮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