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현대백화점그룹 자회사인 지누스가 올해부터 미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 탈피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지나치게 높은 의존도로 인해 현지 여건에 따라 실적의 불확실성도 커진 만큼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최근 추진하고 있는 중국 매장 개점과 중동 총판 계약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야 시장 우려도 해소될 전망이다.  

20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누스의 작년 미국 매출은 2023년 대비 7.1% 줄어든 7272억원에 그쳤다. 2022년 현대백화점그룹이 인수했던 당시(9774억원)와 비교하면 감소 폭은 25.6%로 더 커진다. 지누스는 미국 매출 의존도가 절대적이라 현지 실적 부진은 전체 매출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3년간 지누스의 미국 매출 비중은 ▲2022년 83.2% ▲2023년 82.2% ▲2024년 79%로 80% 안팎이다. 

지누스의 미국 매출 위축은 현지 소비심리 악화로 고객사 발주량이 줄어든 부분이 컸다 일반적으로 상품을 대량 납품하는 지누스는 고객사 발주량이 줄며 재고가 급증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인수한 2022년부터 급증한 재고는 작년에서야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재고관리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는 동안 지누스의 '탈미국' 계획은 뒤로 밀렸다. 2023년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누스의 미국 외 매출을 2100억원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하지만 그 해 미국 외 매출은 오히려 전년 대비 6.9% 감소한 1697억원에 머물렀다. 작년에 1933억원의 매출고를 올리며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목표치에는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이에 지누스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외 나라 진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지누스는 앞서 작년 8월 중국 상하이에 첫 중국 매장을 열었다. 이후 항주와 시안 등에도 추가 매장을 열었다.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선 대규모 총판업체와 계약을 완료하고 연내 판매 개시를 목표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누스 관계자는 "미국은 작년 5월부로 재고량이 정상화되면서 추가 주문이 나오고 있고 매트리스 포장 크기를 줄여 물류비도 개선했다"라며 "미국 외 국가는 기존 계획대로 매장 오픈과 계약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누스의 반등 숙제는 현대백화점의 실적 회복과도 무관치 않다. 현대백화점이 인수한 당시 1조원 이상이던 지누스의 매출은 작년 9204억원으로 줄었다. 또한 5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지누스는 현대백화점이 지분 38%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연결실적에 지대한 영향이 불가피하다. 

현대백화점은 작년 연결기준 7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연간 순적자를 이어갔다. 이는 지누스로부터 반영된 영업권 손상차손이 반영된 결과다. 현대백화점은 앞서 2023년에도 지누스로부터 2583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현대백화점은 작년 잠정실적으로 공시하며 순손실이 난 이유에 대해 "지누스 영업권 손상차손과 현대홈쇼핑 등 관계기업 투자주식 처분·평가손실 영향으로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이 변동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