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한진그룹 물류 계열사 ㈜한진의 세대교체가 진행되는 가운데 오너 3세인 조현민 한진 총괄사장의 입지가 한층 강화되는 분위기다. 조 사장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이 연말 인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한진이 올해 11월 창립 80주년을 앞둔 상황인 만큼 마케팅 전문가인 조 사장의 역량 발휘가 중요하다는 점과 맞물린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진은 지난해 말 소폭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가장 큰 특징은 약 9년간 한진에서 근무한 경영전략실장(CSO) 겸 재무총괄(CFO)이었던 주성균 전무가 퇴임했다는 점이다. 한진그룹 구조조정실 기획팀장과 경영지원실 기획재무담당, 대한항공 인천화물운송지점 부지점장을 역임한 주 전 전무는 2016년 1월부터 한진의 재무·투자를 담당했을 뿐 아니라 경영기획 부서를 이끌었다.
주 전 전무가 한진을 떠나면서 생긴 빈자리는 서민석 재무관리실장 전무와 김현우 마케팅실장 겸 디지털플랫폼사업본부장 전무가 채웠다. 서 전무는 한진에서 회계팀장과 비용심사팀장 등 20년 가까이 재무 경력을 쌓은 '재무통'이다.
◆ 김현우 전무, 조 사장 직속 근무…경영기획실장 선임
유독 눈길을 끄는 인물은 김현우 전무다. 1969년생의 김 전무는 한진에서 택배기획팀과 택배영업부, 사업총괄부를 거쳤다. 김 전무는 상무 시절이던 2020년 9월 마케팅부서로 적을 옮겼는데, 조 사장이 한진 마케팅 총괄에 오른 직후였다.
2021년 마케팅실장에 오른 그는 2022년 전무로 승진하며 마케팅실장 겸 디지털플랫폼사업본부장으로 선임됐다. 디지털플랫폼사업본부는 조 사장이 미래성장을 확보하기 위해 신설한 조직으로, 물류 역량에 디지털을 접목한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시기 조 사장은 김 전무 직속 상사로 마케팅총괄 겸 디지털플랫폼사업총괄을 맡았다.
특히 김 전무는 한진과 가상현실·증강현실 솔루션 회사 유오케이(UOK)가 함께 설립한 도로정보 데이터베이스(DB) 사업 자회사인 '휴데이터스'의 초대 대표이사로 낙점된 데 이어, 현재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참여 중이다. 택배와 물류 인프라를 활용해 신규 수익 창출을 목표로 하는 휴데이터스는 조 사장이 사재를 출연할 만큼 공들인 사업이다.
김 전무는 신임 경영기획실장으로 조 사장이 추진하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경영기획실은 사업 기획과 전략 수립, 실행 가능성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이행하는 조직이다.
◆ '대한항공 전출' 이규석 전무, 에이스 마케팅맨…80주년 행사 연관
한진이 단행한 연말 인사에서 주목할 인물은 또 있다. 대한항공에서 적을 옮긴 이규석 전무다. 그는 김 전무가 경영기획실장으로 이동하며 공석이 된 마케팅실장 겸 디지털플랫폼사업본부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1965년생인 이 전무는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 IMC팀장과 브랜드 및 광고담당, 마케팅실장, 객실승무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이 전무는 조 전무와 대한항공 통합커뮤니케이션실에서 오랜 기간 호흡을 맞췄을 뿐 아니라 조 전무가 지나온 보직을 그대로 밟은 '에이스'로 꼽힌다. 실제로 2007년 대한항공 과장으로 입사하며 경영수업을 시작한 조 사장은 2018년 5월까지 통합커뮤니케이션실에서 일했다.

한진그룹 내부에서는 이 전무의 계열사 이동이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반응이다. 조 사장이 이 전무의 마케팅 능력을 상당한 신뢰하고 있는 데다, 한진이 올해 창립 80주년이라는 대규모 행사를 앞두고 있어서다. 조 사장이 해당 행사를 전적으로 주도하는 만큼 조 사장의 의중을 잘 파악하고, 손발 역할을 할 핵심 임원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진그룹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편입 이슈로 그룹사 전반에서 임원 인사가 해를 넘긴 가운데 이 전무는 '원포인트'로 그룹사 전출 인사가 났다"며 "조 사장의 '원픽'이라는 점을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 DT전략실장에 장재혁 전무…전무로 '레벨업', 조현민 체제 박차
한진 DT전략실장으로 새롭게 합류한 장재혁 전무는 조 사장과 이렇다 할 인연은 없지만, 조 사장 체제에 힘을 실어주는 중책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입사한 장 전무는 1968년생으로 오라클 아시아퍼시픽본부 수석 상무와 딜로이트 컨설팅 디지털 총괄 파트너 등을 거쳐 어도비 시스템즈 솔루션 컨설팅 총괄 전무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그동안 조 사장은 한진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중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으로 디지털전환(DT)을 강조해 왔다. DT가 단순히 한진의 업무 환경 개선에 그치는 게 아니라, 고객 관리 효율성 향상 등으로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한진은 지난해 8월 DT전략실장으로 GS리테일 IT부문 총괄 출신을 영입했지만, 약 3개월 만에 회사를 떠났다.
조 사장은 DT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DT전략실장의 직급을 상무에서 전무로 한 단계 상향 조정하며 무게감을 키웠다. 또 정통 IT 회사 경력을 바탕으로 충분한 산업 이해도와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영입했다.
한편 한진은 1945년 설립된 한진상사를 모태로 한다. 조 사장은 대한항공과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에서 경력을 쌓았으나,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함에 따라 불가피하게 한진으로 이동했다. 산업은행이 인수 자금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조 사장의 지주사 및 항공 관련 계열사 경영 제외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