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민주화 이후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을 둘러싼 탄핵 정국이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윤 대통령이 자신의 탄핵소추안 표결 일정을 7시간 앞두고 자신의 거취를 당에 일임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이에 대해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다는 게 확인된 만큼 탄핵안 통과로 '내란죄' 책임을 물러야 한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오전 10시 자신의 집무실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뒤 침묵으로 일관해 온 윤 대통령의 첫 입장 표명인 만큼 국민들의 이목은 용산으로 집중됐다. 담화에 담길 것으로 예측된 사과를 넘어서는 '결단'이 내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입'에 이목이 쏠렸다.

윤 대통령은 먼저 비상계엄 선포로 국가적 혼란을 야기한 데 대해 사과했다. 그는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됐다"며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다시 계엄이 발동될 것이라는 얘기들이 있습니다만, 제2의 계엄과 같은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해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자신의 거취와 국정 운영은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에게 맡긴다는 방침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저의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국민의힘)에 일임 하겠다"며 "향후 국정운영은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비상계엄 사태 4일 만에 발표된 윤 대통령의 첫 입장 표명에 실망한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국민 담화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 자리에서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큰 리스크는 윤 대통령의 존재 자체"라며 "(담화 내용은)국민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고, 배신감과 분노를 더욱 키우는 발언"이라고 혹평했다.

간담회에 동석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내란수괴(윤 대통령)가 공범(국민의힘)이 상의해서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말"이라며 "그야말로 희대의 헛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동훈 대표도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한 대표는 대국민 담화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정상적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최선의 방식을 논의하고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지켜본 뒤 한덕수 총리와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와 한 총리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악화한 민심과 국정 수습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오후 5시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에 앞서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안 심의가 먼저 다뤄질 예정이다. 이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안 표결 참석을 독려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당이 본회의에 불참할 경우 야당 단독으로 김 여사 특검법을 통과시킬 수 있어서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은 재적의원 300명 가운데 3분의 2에 해당하는 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범야권 의원수가 192명에 해당하는 만큼 국민의힘에서 8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