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1조원 가량의 실탄을 장전한 SK스퀘어가 본격적으로 반도체 투자에 시동을 걸었다. 현재 SK하이닉스와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해외 기업 몇 곳을 추려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SK스퀘어의 보유 현금을 감안하면 이번 투자는 수조원 규모의 빅딜이 될 전망이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스퀘어는 해외 기업 2~3곳을 후보 군으로 잡고 투자 검토에 착수했다. 아직까지 검토 단계인 만큼 구체적인 투자 윤곽이 드러난 수준은 아니다. 다만 주력 자회사인 SK하이닉스와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 후보 물망에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투자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이하 SK수펙스) '반도체위원회'의 첫 번째 활동이다. 반도체위원회는 지난 7월 SK그룹이 글로벌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신설한 조직이다. 특정 사업을 위해 SK수펙스 내에 위원회를 신설하면서 당시 주목을 받았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SK스퀘어는 지난해부터 주요 포트폴리오 매각 작업에 나서면서 이번 투자를 위한 실탄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7월 국내 2위 보안 업체 'SK쉴더스'의 지분 일부를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EQT파트너스에 8600억원에 매각했다. 전체 매각 대금 가운데 4100억원은 납입 완료됐으며 나머지 금액은 1년 내 유입될 예정이다.

지난해 9월에는 의료기기 제조 기업 나노엔텍 지분 28.35%를 에이플러스라이프에 매각한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보유 중인 크래프톤 지분 전량을 매도했다. 이를 통해 SK스퀘어는 각각 500억원, 26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여기에 지난해 SK하이닉스 등으로부터 1771억원에 달하는 배당금도 수령했다.

올해 6월 말 별도기준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SK스퀘어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6306억원이다. 향후 유입될 SK쉴더스 매각대금 4500억원을 포함하면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실탄이 1조원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투자 시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SK스퀘어의 반도체 투자는 수조원 규모의 빅딜이 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스퀘어가 반도체위원회 주도로 해외 기업 몇 곳을 추려서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회사가 가진 현금을 고려하면 향후 이뤄질 반도체 투자는 수조원 규모의 빅딜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투자 윤곽이 드러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스퀘어는 지난 2021년 SKT를 인적분할 해 설립한 투자 전문 회사다. 출범 후 소수 지분 투자부터 바이아웃 딜 등 다양한 투자 활동을 하며 그룹 내 PE 역할을 맡아왔다. 지난해부터는 적자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개편 작업에도 착수했다. 비주력 ICT 회사를 정리하고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향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SK스퀘어는 지난해 7월 싱가포르에 투자법인 'TGC스퀘어'를 설립, 곧바로 1000억원 규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펀드를 결성했다. TGC스퀘어를 전진 기지 삼아 일본과 미국 기업 등에 개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첨단 기술력을 가진 반도체 소부장 기업을 품에 안아 궁극적으로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