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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해 놓고…스타트업 싹 자르기 논란
신지하 기자
2024.11.20 13:46:02
정부 측은 "'범죄 악용' 우려에다 엄연히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해야"
(출처=A사 홈페이지)

[딜사이트 신지하 기자] 국내 한 통신 스타트업이 정부의 허가 번복으로 사업 중단 위기에 처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관련 법적 요건을 뒤늦게 재검토하면서 서비스가 개시된 지 3년여 만에 자본금 기준이 더 높은 사업자로 전환을 요구한 것. 업계에서는 과한 규제로 신생 업체의 성장을 억제하는 '스타트업 옥죄기'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한 통신 스타트업인 A사는 지난 2021년 11월 주무 관청인 서울전파관리소로부터 부가통신사업 폐업 처분을 통보 받았다. A사가 운영 중인 서비스가 부가통신사업이 아닌 기간통신사업으로 분류된다는 이유였다.


A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해외에서도 '010' 등 국내 이동통신번호를 그대로 사용해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서비스 가입자가 국내에서 개통한 유심을 A사에 보내면, A사는 이를 자사가 관리하는 특정 게이트웨이(네트워크 연결 중계 장치)에 장착한다. 이후 사용자는 전용 앱을 설치해 인터넷망으로 해외에서도 국내와 동일하게 음성과 문자를 이용할 수 있다.


2016년 2월 자본금 1000만원으로 설립된 A사는 2018년 5월 이 서비스를 개발했다. 2019년 1월부터 상용화를 시작,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했다. 같은 해 자본금을 1억원 이상으로 확충한 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11월 서울전파관리소에 부가통신사업자로 신고했고, 이듬해 3월 관련 신고증명서를 발급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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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사의 서비스는 국내 이통사의 로밍 요금보다 저렴하고, 금융사 본인 인증 기능까지 갖춰 유학생과 선교사 등 해외 체류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출시 8개월 만에 가입자 수는 1만6000명을 돌파했다. A사는 이 기간 동안 개발팀을 확장하고, 투자 유치를 통해 자본금을 3억원으로 늘렸다. 직원 수는 15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2019년 4월부터 1년여간 A사 서비스가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돼 논란이 일었다. 2021년 8월 검찰은 범죄 방조 혐의는 불기소했으나, 미등록 상태로 기간통신사업을 운영한 점을 들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는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교환설비 보유 여부와 재판매 행위 등을 검토해 기간통신사업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결과를 반영한 것이다.


이를 근거로 서울전파관리소는 A사에 기간통신사업자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A사는 자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교환설비(다수의 전기통신회선을 제어·접속하는 기기 또는 소프트웨어)를 보유하거나 재판매(타 사업자에서 통신서비스를 구매해 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서울전파관리소를 상대로 2021년 12월 소송에 나섰다.


주요 쟁점은 A사의 서비스가 교환설비와 재판매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A사는 자사 서비스가 단순히 데이터 연결을 중계하는 부가통신역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카카오톡이나 기타 부가통신서비스와 마찬가지로 교환설비를 보유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재판매에 대해서도 다른 사업자의 통신 서비스를 유상으로 구매하거나 이용자에게 되팔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반면 서울전파관리소는 A사의 서비스가 단순 중계가 교환설비를 보유한 기간통신사업에 해당한다고 맞섰다. 특히 해당 서비스가 이용자의 접속 정보를 선별하고 통신망과 연결하는 방식에서 교환설비의 핵심 기능을 수행한다고 지적했다. 또 A사가 타 기간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재판매 행위에 해당한다며, 기간통신사업자 등록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사의 게이트웨이가 교환설비에 해당하지 않을 여지가 크다고 봤지만 서비스의 운영 방식과 내용이 기간통신역무에 부합한다고 판단했다. 이는 서비스가 단순 중계가 아닌 통신망 접속 및 제어를 포함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A사가 기간통신사업 등록 의무를 위반했다는 서울전파관리소의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하며 A사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불복한 A사는 지난해 10월 항소했지만 2심도 서울전파관리소의 손을 들어줬다. 1심에서는 교환설비 해당 여부에 여지를 둔 것과 달리 2심 재판부는 A사의 게이트웨이가 다수의 전기 통신회선을 제어·접속해 교환설비 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매 여부에 대해서는 1심처럼 서비스 운영 방식이 타인의 통신을 매개하는 기간통신역무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새로운 서비스를 앞세운 스타트업 생태계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간통신사업자로 전환하려면 최소 30억원 이상의 자본금과 고가의 통신 설비를 갖춰야 하는데, 이는 스타트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스타트업 활성화를 외쳤던 정부가 오히려 과도한 규제로 신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혁신과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당초 서비스를 허가해놓고 범죄에 악용됐다는 이유로 뒤늦게 상황 파악에 나서 취소 결정을 내린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A사는 신고 당시 서비스 개념도와 구성도 등 관련 서류를 제출했지만, 추가 자료 요구나 이의 없이 신고가 수리된 후 취소된 것은 행정 절차의 신뢰성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A사는 법적 분쟁과 사업 중단 여파로 직원 수가 3명으로 줄어드는 등 큰 타격을 입은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스타트업을 둘러싼 논란이 생길 때마다 규제 대상으로 먼저 접근하는 관행은 문제가 있다"며 "이는 스타트업의 혁신적 시도를 저해하고, 불필요한 행정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A사 사례는 새로운 서비스와 기술을 개발하려는 스타트업에 큰 부담을 줄 뿐 아니라 기존의 행정 절차마저 신뢰를 잃게 만드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A사는 올해 9월 대법원에 상고장을 접수했다. 현재 법리검토가 진행 중이다. A사 대표는 "이 분야 기술은 통신쟁이 사이에서 기본적인 상식인데 정부와 법원은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도 않고 엉뚱한 결론만 내리고 있다"며 "정부의 오판이 후발 벤처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까 걱정되기 때문에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IT·통신 기술에 대한 재판부의 이해 부족도 패소의 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전파관리소 관계자는 "기간통신사업은 공익적 통신망 관리를 위해 철저한 관리가 필요해 자본금과 설비 요건이 엄격하다"고 말했다. 이어 "등록 요건이 스타트업에 부담이 될 수 있어 기준을 세분화 또는 완화하자는 의견이 내부에서 나왔지만 정부 방침이 기간통신, 특히 음성 통화 관련한 규제를 강하게 가져가는 프레임이라 관련 논의가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부가통신사업 신고는 신고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별도 현장 실사 규정이 없고, 기본적으로 제출된 서류를 기반으로 처리된다"며 "초기 신고 당시 비회원과의 통화 가능성을 밝히지 않아 카카오톡과 유사한 회원 간 통화 서비스로 오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보이스피싱 신고로 조사하면서 해당 서비스가 기간통신사업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안타까운 부분도 있지만 처음부터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했더라도 자본금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영업이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다"며 "A가 이를 몰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자본금 부족을 알고도 부가통신사업자로 신고해 이득을 취하려 했던 것인지 의문이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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