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코리아 밸류업 지수'(이하 밸류업 지수)의 선정 종목 및 기준 등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한국거래소에서 진화에 나섰다. 밸류업 지수는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한국거래소에서 개발한 지수다. 전체 구성 종목 기업은 100곳이다.
한국거래소는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 사옥에서 열린 밸류업 지수 관련 긴급 브리핑을 통해 "주주환원 등 특정 요건이 우수하지만 여타 질적 요건이 미흡한 기업의 경우 밸류업 지수에 미편입될 수 있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밸류업 지수는 수익성, 시장평가, 자본 효율성 등 다양한 질적 요건을 두루 충족하는 기업 중심으로 선정했다"고 강조했다. 밸류업 지수 편입이 유력하게 관측됐던 일부 기업이 요건 미달을 이유로 탈락한 사실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을 펼친 점을 근거로 밸류업 지수에 포함될 것이라는 추정에 힘이 실렸지만, 전날 발표된 밸류업 지수 구성 기업 100곳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거래소는 KB금융이 ROE(자기자본이익률) 요건을, 하나금융은 PBR(주가순자산비율) 요건을 각각 충족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5단계 스크리닝을 거쳐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을 결정했는데 KB금융은 5단계, 하나금융은 4단계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5단계 스크리닝의 4단계 기준은 'PBR 순위가 전체 또는 산업군 안에서 50% 안에 들어갈 것'이었다. 5단계에서는 '1~4단계 요건을 모두 충족한 기업 중 최근 2년 평균 ROE로 따졌을 때 산업군별 상위에 속하는 기업'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부연 한국거래소 경영지원본부장보는 "PBR의 경우 산업군 안에서 대상 기업이 상위 50%에 속하는지를 살펴봤다"며 "ROE는 산업군별로 대상 기업이 어느 정도 상위에 들어갔는지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SK하이닉스의 경우 2단계 기준을 맞추지 못했는데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되면서 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2단계 기준은 '최근 2년 연속 적자를 봤거나 2년 합산 손익이 적자인 곳이 아닌 기업'이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6조8094억원을 거뒀다. 그러나 2023년에는 영업손실 7조7303억원을 봤다. 2022년 영업이익과 2023년 영업손실을 합치면 전체 영업손익으로는 9209억원 규모의 손실이 나온다. 2년 합산 손익이 적자다.
이를 놓고 한국거래소는 "대부분의 시장 대표지수와 마찬가지로 밸류업 지수 또한 지수의 연속‧안정성 유지를 위해 지수 영향도가 큰 종목에 대해 특례 제도를 운영 중"이라며 "SK하이닉스의 경우 산업 및 시장 대표성, 지수 내 비중, 최근 실적 및 향후 실적 전망치, 업계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밸류업 지수 잔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SK하이닉스를 대상으로 2019~2023년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모든 기간에서 밸류업 지수 선정 기준을 충족했다고 부연했다. SK하이닉스의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8조3545억원에 이르는 등 올해 실적 전망이 밝은 점도 염두에 뒀다고 덧붙였다.
그밖에 밸류업 지수 구성 기업들의 배당수익률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도 나왔다. 거래소는 "주주환원 규모만 선정 기준으로 삼으면 배당보다는 미래 사업 투자 등을 통한 기업가치 성장이 중요한 고성장 기업이 상대적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해명했다.
밸류업 지수 선정 기준으로 PBR이 쓰이면서 기업가치가 이미 높게 평가되는 기업 중심으로 지수가 구성된 반면 향후 기업가치 제고가 기대되는 기업은 빠졌다는 비판도 있다.
이를 놓고 거래소는 "밸류업 지수 개발의 주요 취지는 다양한 질적 지표가 우수한 시장 및 업종 대표 기업으로 지수를 구성해 이들이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도록 이끌면서 한국 증시 전반의 가치를 제고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반박했다.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들이 코스피200이나 코스닥150 등 기존 증시 대표지수와 상당 부분 겹치면서 차별성을 잃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거래소는 "밸류업 지수만의 특성을 반영한 여러 질적 요건을 도입해 시가총액 상위기업도 배제 가능하게 했다"며 "개별 종목의 지수나 비중 상한을 15%로 제한하면서 기존 대표지수와 상관계수가 감소했다"고 맞받았다.
다만 거래소는 잇따른 비판을 의식한 듯 밸류업 지수 운영과 관련해 시장과 계속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각계 전문가 의견과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추이 등을 감안해 올해 안에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을 변경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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