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울산의 지역 소멸 위기를 타개할 해법으로 인공지능(AI)과 디지털전환(DX) 기술 활용을 꼽았다. SK는 자사의 생산자동화 및 DX 데이터, 노하우를 공유해 울산을 '스마트 제조 허브'로 진화시키겠단 구상이다. 울산은 SK이노베이션 생산기지가 다수 밀집한 지역이다.
SK는 지난 25일 울산시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2024 울산포럼'을 열었다. 최 회장은 올해도 울산포럼에 참석, 이른 아침부터 하루 종일 자리를 지키며 패널들과 지역 각계의 목소리를 청취했다. 폐회식에서는 직접 울산시를 혁신하기 위한 AI 활용 방안과 지역 문제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두겸 울산시장과 이성룡 울산시의회 의장, 이윤철 울산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오연천 울산대학교 총장 등 울산 지역의 산학, 정재계 인사들이 자리를 빼곡히 채웠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 등 SK 구성원까지 현장에만 320여 명이 자리했고, 온라인 접속까지 합치면 참석 인원이 1050명이 넘었다.
올해 포럼은 '피보팅(Pivoting, 전략이나 방향의 변화) 울산, 기술과 문화로 만들다'는 주제 하에 ▲스마트 제조 및 넥스트 제조업의 미래 ▲새로운 지역, 문화와 환경의 하모니 등 2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특히 울산 제조업의 AI와 DX 등 신기술 적용 솔루션, 울산에 환경 및 문화 콘텐츠를 더한 새로운 지역 모델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이어졌다.
스마트 제조, 넥스트 제조업의 미래 세션에서는 빅데이터 전문가인 송길영 작가가 기조 연설을 통해 빅데이터를 통해 분석한 AI·DX 주요 기술의 현황을 보여 주며 이들 신기술이 경제, 산업을 넘어 일상으로 스며들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밖에 SK 계열사(SK에너지) 외에도 현대차와 포스코 등 주요 기업의 임원들이 참석해 AI 또는 DX 도입 사례를 소개했다.
이후 이뤄진 패널 토의에서는 심재영 울산과학기술원(UNIST) 원장과 유대승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실장, 윤성호 마키나락스 대표이사, 황인초 HD한국조선해양 팀장이 참가해 현 상황을 진단하고 AI 및 DX 적용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했다. 공통적으로 기업들 경우 기술보안 때문에 데이터를 외부에 공개하기 꺼려하는 특성이 있고, 제조 환경의 DX 전환 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전담 인력이나 조직을 운영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진단했다.
그럼에도 AI와 DX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이 몰고올 생태계 변화 속에서 생존하고자 분주하며, 완전 자율 제조 등 기술 도입은 극초기 단계라 큰 도전이지만 성공하면 인터넷 도입처럼 혁신이 될 것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아울러 패널들은 울산 제조 현장의 AI와 DX 적용 확대를 위해선 산업계 뿐만 아니라 지방 정부와 학계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역시 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인 AI가 SK이노베이션 등 개별 기업을 넘어 울산 제조업 전반에 기여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울산시 차원에서 AI를 산업 인프라로 구축할 때 보다 큰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AI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클렌징이 잘 돼 있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로 AI를 훈련시켜야 하므로 울산의 개별 기업이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울산 산업단지 내 전체 데이터를 다같이 공유하는 방식으로 AI 관련 인프라를 만들고, 이를 울산 제조업에 맞도록 반영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 이어 AI와 제조의 역발상을 주문했다. 그는 "AI를 단순히 제조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즉 얼마나 유용하게 활용할 것인지만 생각할 게 아니다"며 "제조를 통해 AI를 훈련시키고, 이를 통해 AI를 하나의 팔 수 있는 상품으로 만들 생각을 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계획대로 프로젝트가 추진되면 20~30년 뒤 울산 기업들은 AI 관련 상품을 팔고 있는 회사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새로운 지역, 문화와 환경의 하모니 세션에서는 세계적 생태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가 기조 연설자로 나서 수도권의 인프라 및 인구 집중으로 지역 소멸이 심화되는 현 상황을 전하는 한편, 문화적으로 다양한 도시를 만드는 데 기업이 앞장설 것을 강조했다. 남궁민 북칼럼니스트도 연사로 참가해 해외의 인구 감소 극복 사례와 살기 좋은 환경·문화 도시 모델을 공유했다.
최 회장의 경우 울산을 '문화 도시'로 만들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똑똑한 전문가들이 모여서 울산의 미래를 어떻게 디자인할지 깊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3개월 레지던트 과정 등 글로벌 AI, 문화 전문가들이 모이는 기반을 마련해야 된다"고 언급했다. 이어 "울산만의 특징을 최대한 반영한 문화 콘텐츠가 있어야 국내외에서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라며, 그 예시로 "현재 사용 중인 원유 저장 탱크 외벽에는 그림을 그리고, 사용하지 않는 탱크는 내부에 도서관, 오페라하우스 등 문화시설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 부연했다.
최 회장은 포럼의 또 다른 주제인 지역 소멸에 대해서도 "울산의 지역 문제 해결에 앞서 시민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 문제는 무엇인지, 각 사회 문제에 기업과 지방 자치 단체는 어느 정도 투자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간극을 좁혀가는 게 지역 사회에 가장 필요한 문제 해결의 지름길이 될 것"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이어 "지역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주민이 가장 관심을 갖는 사회 문제가 뭔지 구체화하는 작업부터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SK는 울산포럼을 발전, 확장해 울산의 혁신과 미래 발전을 지속 모색해 나갈 방침이다. 최 회장은 "울산포럼의 경우 지역 문제를 제기하는 게 다가 아니라 문제를 풀어낼 방법과 이를 실천할 방법까지 도출해 실천에 옮기자는 것이 모토이자 비전"이라며 "울산포럼이 더욱 발전해 문제를 정확히 짚고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문제 해결형 포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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