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은비 기자]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얼마나 독특한지를 신중하게 살펴본다. 투자 심의 절차에서 내부적으로 의문이나 반론이 들어올 때 자사 관계자들을 설득할 만한 포인트가 하나라도 있다면 처음의 결정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편이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UTC인베스트먼트 사옥에서 만난 조현진 이사의 말이다. 조 이사는 2011년 9월 회사에 입사해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근속하며 꾸준히 투자 이력을 늘려가고 있다. 

특히 그의 포트폴리오는 ▲컬리 ▲제주맥주 ▲비욘드허니컴 ▲플래너리 ▲세미파이브 ▲에이직랜드 등 라이프스타일부터 반도체까지 포괄하는 분야가 광범위하다. 펀드의 주목적 투자 대상에 따라 살펴보는 투자 기업을 언제라도 달리할 수 있다는 게 그의 강점이다.

조 이사는 "바이오를 제외한 나머지 부문을 모두 소화하고 있다"면서 "투자 분야를 넓게 볼 수 있는 배경에는 대학 시절 경제학을 전공한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이다. 특정 부문을 한정하지 않고 담당하는 투자조합의 성격에 따라 산업별 성격을 파악하며 다룰 수 있는 투자 범위를 확장해온 셈이다.

그는 "유티씨 그린바이오펀드 등 농림수삭식품투자조합을 운용하면서 컬리와 제주맥주 등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업체들을 발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이사는 "유티씨반도체성장펀드 등에 참여하면서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지식도 쌓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조현진 이사는 회사의 컬리 투자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유티씨인베스트먼트는 유티씨 그린바이오펀드(240억원 규모)와 유티씨스테이지컨텐츠펀드(245억원 규모) 등을 활용해 컬리에 총 55억원을 투자했다. 컬리의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일부 마친 현재 해당 포트폴리오의 멀티플은 8배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조 이사가 핵심운용인력으로 이름 올리고 있는 유티씨반도체펀드(450억원 규모)는 에이직랜드에 두 차례에 나눠 총 57억원을 투자해 멀티플 10배를 기록했다고 알려졌다.

그는 투자 결정 요소로 ▲인력 ▲사업모델 등을 꼽았다. 조 이사는 "창업가들을 처음 마주할 때 그 사람의 히스토리(History)를 꼭 물어본다"면서 "경영하고 있는 회사를 통해 성장하려는 대표들이 이끄는 기업일수록 투자했을 때 실적이 좋았다"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스타트업을 운영하다보면 여러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다"면서 "개인의 발전을 위해 주변의 조언을 경청하는 사업가는 대부분 위기 대처 능력이 우수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조현진 이사는 "성공적인 투자 사례를 돌이켜보면 각 기업마다 특별한 점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컬리에 첫 투자를 단행했을 때 새벽에 먹을거리를 배송해주는 서비스는 이전에 아예 없었다"면서 "에이직랜드 또한 투자 당시 수익성이 나는 회사는 아니었으나 TSMC와 협력하는 국내 유일한 주문형반도체(ASIC) 설계 회사라는 점을 높이 평가해 투자를 결심했다"고 언급했다.

조현진 이사는 최근 회사의 기존 인력이 퇴사하면서 유티씨스테이지컨텐츠펀드의 대표펀드매니저를 맡게 됐다.  유티씨스테이지컨텐츠펀드는 과거 그가 핵심운용인력으로 함께한 투자조합이다. 그는 "유티씨스테이지컨텐츠펀드의 투자기간은 이미 끝난 상태라 앞으로의 펀드 운용 전략에서 달라지는 부분은 없다"면서 "내후년 3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인 만큼 회수 활동에 몰두할 계획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