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반도체 패키징 전문기업 네패스라웨가 기업 청산과 매각이라는 두 가지 갈림길에 내몰렸다. 수천억원을 쏟아 부은 패키징 공법 개발이 요원한 상황에서 결손금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매각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지만 업계에서는 청산 절차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네패스라웨는 기업 매각을 위해 주관사를 물색하고 있다. 구체적인 매각 계획을 수립한 단계는 아니며 다수 회계법인 및 증권사 문을 두드리는 중으로 관측된다. 현재 연구개발(R&D) 인력을 남겨두고 구조조정 등을 이미 시행했으며 공장 가동 또한 멈춘 것으로 알려졌다.

네패스라웨는 지난 2020년 코스닥 상장사 네패스의 FO-PLP(팬아웃-패널레벨패키지)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기업이다. FO-PLP 공법은 기존 원형 웨이퍼를 대체하기 위해 직사각형 인쇄회로기판(PCB) 패키징을 도입한 기술이다. 웨이퍼 레벨 대비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높아 차세대 고효율 패키지 신공법으로 평가된다.

네패스라웨는 설립 직후 다수의 재무적투자자(FI)들의 러브콜을 받으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실제 지난 2020년 BNW인베스트먼트의 리드로 산업은행, 기업은행으로부터 800억원을 투자 받았다. 이후 2021년 말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PE), SG PE, SKS PE 등이 FI로 참여했다. 2020~2022년 동안 네패스라웨가 받은 누적 투자금은 2100억원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네패스라웨는 낮은 수율 등을 극복하지 못하면서 FO-PLP 양산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와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았던 퀄컴과의 공급 계약도 무산됐다. 신규 고객사를 유치하지 못하면서 이 회사의 적자 폭도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지난 2020년 304억원이던 영업손실(연결기준)은 ▲2021년 636억원 ▲2022년 698억원 ▲2023년 846억원으로 증가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네패스라웨가 궁극적으로 청산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FO-PLP 양산이 요원한 상황에서 지속된 적자로 결손금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매각에 나서더라도 시장에서 원매자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작년 말 기준 네패스라웨의 결손금은 1776억원에 달하며 수년째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네패스라웨는 차세대 패키징 공법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끝내 기술 개발에 실패하면서 사실상 반등이 요원한 상황이다"며 "그간 연구개발(R&D)을 위해 끌어온 투자금은 물론 차입금도 상환할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매각에 나선다고는 하지만 시장에서 적절한 원매자를 구하기 어려워 보이며 업계에서는 이미 청산설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와 투자자 측은 매각을 통한 회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모회사 네패스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얘기할 만한 사실은 없지만 청산 계획은 전혀 없으며 최대한 회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사업은 지속적으로 영위할 방침이다"고 말했다.

네패스라웨에 투자한 PE 관계자는 "기업이 어려운 상황인 건 맞지만 파산이나 청산과 관련해서는 사실무근이다"며 "현재 매각을 위해 주관사를 알아보고 있으며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만한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