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울산급 배치(Batch)-Ⅳ 사업이 막을 올린 가운데 SK오션플랜트는 수주전에 참전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앞서 수주한 배치-Ⅲ 건조 만으로도 벅찬 데다, 설계 이해력도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SK오션플랜트는 업계에서 나오고 있는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피력하면서도 구체적인 반박은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총 7575억원 규모의 배치-Ⅳ 1·2번함 건조 사업에 대한 입찰을 공고했다. 해당 사업은 오는 2030년까지 초도함인 1번 함을 포함해 2척을 건조하는 내용이다. 배치-Ⅳ는 우리 해군이 1980년부터 40년 이상 운용해 온 최초의 국산 호위함 '울산함'을 대체하는 4단계 사업 중 마지막 사업이다.
방사청은 이달 21일까지 배치-Ⅳ 1·2번함 입찰제안서를 접수하고 다음 달 협상 우선순위를 결정한 뒤 최종 우선협상대상자와 연내 계약할 예정이다. 해당 입찰은 지명 경쟁 계약이며, 후속함 건조를 위한 연구개발(R&D) 역량까지 고려될 예정이다.
방산 업계에서는 이번 배치-Ⅳ 입찰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2파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21년 총 6척 건조로 진행된 배치-Ⅲ 사업에서 3척(2~4번함)을 수주했던 SK오션플랜트가 2번함 건조에도 난항을 겪고 있는 만큼 이번 입찰에는 참여 여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봐서다.
SK오션플랜트가 2번함 건조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낮은 설계이해도 때문이다. 실제 배치-Ⅲ의 상세설계를 이해하지 못해 설계 수행 업체인 HD현대중공업에 자문을 여러 차례 구하고 지원도 요청했던 것은 방산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배치-Ⅳ 경우 배치-Ⅲ의 개량 버전인 만큼, 이번 사업은 선도함(1번 함) 건조임에도 상세설계가 포함되지 않지만 SK오션플랜트 낮은 설계이해도를 고려하면 이번 입찰에 참여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겠냐는 것이 방산 업계의 시각이다.
SK오션플랜트의 독(선박 건조 및 수리 시설)이 협소하다는 점도 이 회사가 배치-Ⅳ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 배경이다. SK오션플랜트의 연간 생산능력은 조선·특수선·플랜트 분야를 합쳐 29만톤이다. 반면 HD현대중공업의 선박 건조 능력은 최대 1120만GT(Gross Tonnage)에 달하고, 한화오션 역시 489만2000MH(Man Hour)의 해양 및 특수선 건조 능력을 갖추고 있다. 다시 말해 SK오션플랜트의 경우 배치-Ⅲ 납기를 지키기도 빠듯한 상황이니 만큼 배치-Ⅳ 입찰에 참여할 여력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SK오션플랜트가 배치-Ⅲ 3척(2~4번 함)을 저가로 수주했는데, 현재도 그 여파를 겪고 있어 배치-Ⅳ 등 다른 국방 사업에 도전할 여력이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SK오션플랜트는 특수선 분야의 후발주자로, 트랙 레코드와 노하우가 없는 만큼 배치-Ⅲ 수주전에서 가격 경쟁력을 승부수로 내걸었는데 생각보다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고 있어서다.
실제 SK오션플랜트는 2021년 12월 배치-Ⅲ 2번 함을 3353억원, 2022년 10월 3·4번 함을 척당 3526억원 상당에 수주했다. 이는 HD현대중공업의 1번 함 수주가(4044억원)은 물론 각 사업 예산(2번 함 4050억원, 3·4번 함 총 8100억원) 대비로도 파격적인 수준이라, 저가 수주 논란이 불거졌다. 출혈을 감내한 저가 수주는 올 들어 SK오션플랜트의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회사의 올 1분기 별도 영업이익은 15억원으로, 전년 동기(156억원) 대비 90.4% 급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오션플랜트가 초도함 대비 약 500억~700억원 낮은 가격을 제시한 데다, 건조가 늘어지면서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방사청은 배치-Ⅲ 후속함(2~6번 함) 인도를 2026년 6월부터 2년 간 6개월 시차로 진행할 예정인데 SK오션플랜트의 경우 사실상 독자적으로는 배치-Ⅲ 건조가 힘든 상황이라 대형 조선사가 인력 파견 등을 통해 도울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SK오션플랜트의 경우 특수선 건조 경험이나 기술력이 떨어지는 것 외에도 생산 체계 및 공법, 관리 능력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을 것"이라며 "SK오션플랜트가 배치-Ⅲ 적기 인도에 실패하면 이후 방산 사업 입찰에 페널티를 받을 수 있으며, 해외 수출 등 목표에도 상당한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SK오션플랜트는 배치-Ⅳ 입찰에 참가할진 정해지지 않았지만, 배치-Ⅲ 건조와 관련된 이슈는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SK오션플랜트 관계자는 "배치-Ⅲ 건조는 지난해 7월 2번 함 착공한 이래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방사청에서도 당사의 건조가 일정대로 이뤄지고 있는 데 감사의 뜻을 전했을 정도"라고 반박했다. 이어 "군함은 아니지만 3000톤급 해경정(경비함) 1척을 올해 5월 인도한 등, 납기 맞추는 데 문제 없는 상황이고, 설계 인력을 많이 충원한 만큼 설계 능력이 떨어진다는 말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한편 SK오션플랜트 말처럼 방사청에서 감사 인사를 전달했는지 확인해 본 결과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방산 업계에서도 SK오션플랜트의 이 같은 해명에 대해 "SK오션플랜트가 배치-Ⅲ 건조에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은 최근에도 들리는 모두가 아는 이야기"라고 평가절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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