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법률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베링랩'이 30억원 규모 프리A 투자 유치에 나선다. 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해외 인지도가 높은 VC 위주로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7일 벤처캐피탈(VC) 업계에 따르면 베링랩은 프리A 라운드를 돌며 재무적투자자(FI)를 모집하고 있다. 희망 조달금액은 30억원 규모다. 투자 벨류에이션(기업가치)은 200억원 수준으로 전해진다.

지난 2021년 씨드투자를 유치한 후 3년 만에 투자 유치다. 앞서 이 회사는 2020년 설립 후 국내 유망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팁스(TIPS) 프로그램에 선정돼 5억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곧이어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으면서 네이버디투스타트업팩토리(네이버D2SF)와 서울대학교기술지주로부터 씨드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프리A 라운드에서 다수의 국내 VC들이 투자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회사 측에서 궁극적으로 해외 시장 공략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전략적 차원에서 해외 인지도가 있는 VC로부터 투자 유치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BVA(전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이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베링랩은 펜실베니아대 동문인 문성현, 김재윤 공동대표가 창업한 회사다. 김앤장, 화우, 율촌 등 법무법인에서 변호사로 근무한 문 공동대표가 변호사들이 법률 문서 번역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것을 보고 이를 간소화하기 위해 베링랩을 설립했다. 주력 제품은 법률 문서 AI 번역 플랫폼 '베링AI'다. 영어를 중심으로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인도네시아어 등 총 7개 언어에 대한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베링AI는 4800만 건에 이르는 법률·특허 문서 등을 AI에 학습시켜 법률 분야에서 요구하는 전문 용어와 스타일을 반영한 번역 서비스다. 베링랩에 따르면 번역의 정확도를 측정하는 수치인 법률 블루 스코어(Legal BLEU Scores)에서 베링랩의 서비스가 경쟁사 대비 2~6배 가량 높은 점수를 받았다. 최근에는 기존 번역 서비스에 법률가의 검수를 더해 정확도를 높인 '베링 AI플러스'도 출시했다.

주 고객사는 다양한 국제 거래와 소송 등을 처리하는 로펌, 기업 등이다. 현재 법무법인 세종·광장·세한·동인 등 대형 로펌부터 SK머티리얼즈·네이버 등 대기업까지 국내외 100여개의 고객사를 확보한 상태다. 베링랩은 2020년 설립 후 이듬해 4억원의 매출을 올린 후 ▲2022년 20억원 ▲2023년 27억원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22년을 기점으로 손익분기점(BEP)를 넘긴 것으로 전해진다.

베링랩은 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의 경우 법률·특허 등 복잡한 문서를 수십 개의 언어로 정확히 번역해야 하는 만큼 해당 시장의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해 싱가폴을 시작으로 해외 고객사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에는 미국에서 열린 CES(국제가전제품박람회)에 참여하며 '베링AI', '베링AI플러스' 등의 서비스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