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LG화학이 양극재 등 첨단소재 사업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미국 양극재 법인을 신규 설립하며 현지 전기차 시장에 대한 선제적 대응능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이다. 회사의 주축인 석유화학이 부진한 상황에서 미래 성장동력 육성이라는 중책을 맡은 남철 첨단소재사업본부장(부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미국 테네시주 법인 LGCTA(LG Chem America Advanced Materials)를 설립했다. LG화학이 2025년 양산 목표로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건설 중인 양극재 공장을 관리하기 위해 설립한 법인다. 이 공장은 연 6만톤 규모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고성능 순수 전기차 60만대분에 해당하는 양이다.
LG화학은 미국 신규 법인을 설립하며 1331억원을 출자했다. 법인장은 정운태 상무가 맡는다. LG화학이 2027년까지 테네시 공장에 투입할 설비투자(CAPEX)만 4조원에 달한다. 올해 1분기에 투입한 CAPEX는 1132억원이며 향후 전기차 시장 상황에 따라 생산능력을 12만톤까지 증설할 계획이다.
양극재 중심 첨단소재 사업은 LG화학의 제3의 성장축이다. 하지만 올해 첨단소재 사업부문은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으로 주춤한 실적을 개선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첨단소재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조58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했다. 같은기간 영업이익도 34% 줄어든 1420억원으로 나타났다. 기존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이 당분간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첨단소재 중요성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양극재 출하량 증가와 메탈가격 안정화에 따라 하반기 수익성 개선을 예상하고 있다.
LG엔솔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고객사 다변화도 중요한 상황이다. 회사는 제품 포트폴리오 개선과 생산능력 확대로 배터리 소재 부분 매출을 2022년 5조원에서 2027년 20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남철 부사장의 역할에 시선이 쏠리는 대목이다. 앞으로 고부가가치 배터리 소재 계약을 얼마나 많이 수주하느냐가 사업 성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같은 위기감은 성과로 나타났다. LG화학은 지난해 일본 토요타와 2조9000억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올해 미국 완성차 GM의 25조원 계약도 따냈다.
남 부사장을 필두로 양극재 영업을 강화한 결과로 볼 수 있다. 1966년생인 남 부사장은 미국 와튼스쿨 MBA 및 글로벌 컨설팅 업체 출신의 경영전략, 신사업 발굴 및 사업화 분야 전문가로 통한다. 2020년 말 첨단소재사업본부장으로 부임해 양극재, 분리막 등 미래 성장동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편 LG화학은 국내외 양극재 공장 증설뿐 아니라 배터리 공정용 소재인 탄소나노튜브(CNT) 4공장과 모로코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공장 등을 통해 첨단소재 사업을 확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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