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LG엔솔) 지분 매각에 대해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현재는'이라는 표현으로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의 전략적인 활용 자체는 검토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최근 LG엔솔 주가가 부진한 상황에서 '블록딜 사전 공시 의무제'로 할인율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이 실제 매각 추진에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31일 '2024 아시아 석유화학 회의(APIC)' 현장에서 딜사이트와 만나 LG엔솔 주식 블록딜 타진의 사실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현재는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최근 홍콩 시장에서 LG엔솔 블록딜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는 이야기의 진위를 묻는 데 대해서도 똑같은 답을 반복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홍콩 투자자에 LG엔솔 지분 매각 딜을 타진했다. LG엔솔 지분 매각을 위해 세계 최대 증권사 메릴린치에도 태핑한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은 지난 27일부터 5일간 홍콩, 싱가포르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 설명회(IR)을 개최한다고 지난 24일 공시한 바 있다. 하지만 홍콩 헤지펀드인 세간티의 와해로 현지 시장 분위기가 침체되면서, LG엔솔 블록딜도 무산됐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블록딜 시장에서 아시아 최대 투자자로 꼽히는 세간티는 최근 창업자 등 주요 경영진이 내부자 거래 혐의 등으로 기소되면서 청산을 결정했다. 우리나라의 대형 블록딜, 기업 공개(IPO)에서도 단일 창구 거래량을 기준으로 세 손가락 안에 들던 '큰 손'이 일순간 공중 분해되며 국내 IB들도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대표적인 유동성 공급자가 사라진 만큼 블록딜이나 IPO에서 저평가 압력도 높아졌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에 LG화학의 LG엔솔 지분 매각도 차질을 빚었다는 시각이다.
신 부회장은 이같은 해외 블록딜 소문에 대해 직접 부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LG화학 관계자도 "27일부터 열리고 있는 IR은 매년 진행하는 NDR(Non-deal Roadshow)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LG엔솔 등의 주가에 미칠 파장을 감안해 보수적인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본다"며 "최근 홍콩 등 시장에서 지분 가치를 확인한 상황에서 당분간은 눈높이만큼 가격이 올라오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딜을 보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LG화학이 LG엔솔 지분 일부를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LG엔솔 주가가 저평가 구간인 점이 아쉽긴 해도 당장의 재무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선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LG화학의 보유 현금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9조2632억원으로, 올해 계획한 4조원 미만의 자본적지출(CAPEX)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하지만 차입금 의존도가 30%를 돌파한 상황이다. 연말에는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순차입금과 올해부터 시행된 글로벌 최저한세에 따른 추가 납세도 부담이다.
LG화학은 LG엔솔의 지분 81.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LG엔솔 시가총액이 이날 종가 기준 약 77조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지분 2%만 매각해도 1조5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조달할 수 있다.
IB업계에선 LG엔솔 지분 매각이 오는 7월 전 이뤄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시장 관계자는 "오는 7월 블록딜 사전 공시 의무 제도 시행을 앞둔 만큼 LG화학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며 "해당 제도가 시행되면 할인율이 올라가 LG엔솔 주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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