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금리 인상을 선택하면서 엔화에 관련된 ETF로 돈이 몰리고 있다. 금리 인상이 엔화 가치 반등을 뒷받침하면 엔화노출 ETF 등의 수익률 역시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의 'KBSTAR 미국채30년엔화노출(합성 H)' ETF 상품은 22일 기준 순자산총액 1662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린 19일 1606억원에서 일주일여 동안 600억원 가까이 자금이 몰렸다. 

KBSTAR 미국채30년엔화노출(합성 H) ETF는 미국 30년물 국채에 엔화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엔화강세가 이어질 경우 환차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엔화 가치가 오를 것으로 예상될수록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는 종류의 상품이기도 하다. 

이 상품은 2023년 12월 출시됐을 때부터 눈길을 끌었다. 당시 엔화 약세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곧 엔화 가치가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었던 시기였다. 이 때문에 출시 4개월여 만에 1600억원 이상 돈이 몰린 것으로 볼 수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TIGER 일본엔선물' ETF 역시 순자산총액이 2023년 12월 1532억원에서 2024년 1월 1342억원으로 줄었다가 엔화 강세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순자산총액은 1512억원으로 연말 수준을 회복한 상태다. 

일본은행은 지난 19일 17년 만에 단기금리를 인상했다. 그러면서 엔화 약세를 뒷받침했던 '마이너스 금리' 시대도 끝났다. 더불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1일 일본 대형 은행 간부의 입을 빌어 일본은행이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엔화와 관련된 국내 ETF 상품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을 일주일여 앞둔 12일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 액티브(H)' ETF를 출시하기도 했다.

ACE 미국30년국채엔화노출 액티브(H) ETF는 KBSTAR 미국채30년엔화노출(합성 H) ETF와 비슷한 구조를 갖춘 상품이다. 미국 30년물 국채를 환전 없이 엔화로 투자한다. 역시 엔화 가치가 오르면 환차익을 얻게 된다. 

이 상품은 22일 기준으로 순자산총액 201억원을 기록했다. 출시된 지 2주일여 만에 2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몰렸다. 그만큼 엔화강세 시대가 올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엔화 강세의 경우 엔화 관련 ETF 역시 수익률이 오를 수 있지만 일본 증시 관련 ETF는 사정이 다소 다르다. 일본 증시 관련 ETF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일본Nikkei225(H)',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일본니케이225'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통화 환율이 강세를 보일수록 증시에는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경향이 있다. 수출 기업의 해외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일본은행은 그동안 ETF 매입 등 증시 부양 정책을 펼쳐왔는데 이번 금리 인상과 함께 그 정책도 중단했다. 

다만 일본은행이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하면 통화정책 기조를 점진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엔화 환율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이후에도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지수가 22일 직전 거래일보다 0.18% 오른 40888.43으로 장을 마감하면서 역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일본 증시 관련 ETF도 한동안은 좋은 성적을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ACE 일본Nikkei225(H) ETF는 22일 기준으로 최근 1주 동안 수익률 5.85%를 올렸는데 이는 같은 주 코스피 상승률 5.17%보다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TIGER 일본니케이225 ETF는 수익률 4.78%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