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단으로써 개발되고 있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정부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기관·외국인투자자의 벤치마크 지표이자 관련 ETF 상품이 추종하는 지수로 만들 계획이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어떤 기업을 편입하느냐의 기준에 PBR(주가순자산비율)과 ROE(자기자본이익률) 등 기업가치 관련 지표가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밖에 배당 등의 주주환원 요소도 고려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9월에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12월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일반 투자자가 우수한 기업가치를 지닌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와 관련해 "PBR, PER(주가수익비율), ROE, 배당성향, 배당수익률, 현금흐름 등 주요 투자지표를 종합 고려해 종목을 구성하겠다"며 "수익성과 시장평가가 양호한 기업가치 우수 기업을 중심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금융위는 기업가치 제고가 기대되는 기업도 계량·비계량 항목을 종합평가해 편입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예를 들어 5월에 신설될 예정인 '기업 밸류업 표창'을 받은 기업을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포함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내용을 제외하면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구체적 기준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금융위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일본 도쿄거래소(JPX)의 시장체계 개편 및 후속조치 현황,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권고 세부내용을 참고로 함께 내놓았다. 

이 때문에 일본 도쿄거래소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2023년 7월 내놓은 'JPX 프라임 150 지수'가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JPX 프라임 150 지수는 도쿄거래소 프라임시장 상장기업 중 자본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이 높은 기업 150곳으로 구성됐다. 

그 중 절반은 ROE가 자기자본비용(COE)보다 높은 기업 상위 75곳이다. 나머지 절반은 시가총액 상위 기업이면서 일정 기간 PBR 1배를 초과한 기업들로 구성됐다. 실질적으로 기업가치가 제고된 기업을 대상으로 삼았다고 볼 수 있다. 

JPX 프라임 150 지수를 추종하는 ETF 상품인 '아이프리 JPX 프라임 150 ETF''도 2024년 1월에 출시됐다. 아이프리 JPX 프라임 150 ETF의 운용자산 규모는 1월 기준으로 107억엔(약 961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위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자산운용사와 기관투자자, 전문가 등의 의견도 받는다. 이와 관련해 한국거래소가 학계와 투자자, 기업·유관기관, 거래소 관계자들로 기업 밸류업 자문단을 구성하면서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의 자문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이를 고려하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이 있다고 홍보하거나 새로 내놓은 ETF 상품이 추종하는 지수의 기준 역시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2월 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ETF 상품인 'KoAct 배당성장 액티브 ETF'를 선보였다. 이 ETF는 기업의 현금흐름 개선, ROE 증가세, 배당 지급 횟수와 배당수익률 증대를 운용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밖에 자산운용사들 상당수가 PBR 1배 미만으로 기업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ETF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 상품으로 꼽았다. ROE와 자본적지출(CAPEX)이 앞으로 높아질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을 수혜 기업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자산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주환원 역시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기준으로 들어간다면 현금흐름이 원활한 대형주 중심이 될 수 있다"며 "시장 전체의 선순환을 이루려면 중소형주도 포함돼야 하다 보니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결국 PBR뿐 아니라 ROE 등 다양한 요소를 보면서 가치 밸류 콘셉트의 포트폴리오를 꾸리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