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넥센타이어가 업계 미래 먹거리인 EV(전기차) 전용 타이어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가 나온다. 국내 타이어 3사(한타·금타·넥센) 가운데 나홀로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보유하지 않고 있어서다. 전기차 타이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선두업체들이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넥센타이어는 기존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내주 전기차 전용 브랜드인 'EnnoV'(이노비) 출시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정일택 금호타이어 대표이사와 본사 및 용인중앙연구소 임원이 참석해 이노비 개발 배경, 적용 기술, 마케팅 전략 등에 관한 설명이 이뤄질 예정이다. 또 이달 20일부터 전파를 타게 될 이노비 광고 영상도 선공개 된다.

이노비를 론칭하게 되는 만큼 기존 전기차 타이어의 브랜드 리뉴얼도 이뤄진다. 이미 판매 중인 전기차용 타이어 ▲마제스티9 솔루스(Majesty9 SOLUS) TA91 EV ▲크루젠(CRUGEN) HP71 EV ▲솔루스 EV TA31 ▲엑스타(ECSTA) EV PS71 등은 '이노비'로 통합된다. 금호타이어는 RE(교체용 타이어) 시장에 이노비를 우선 공급한 뒤 OE(신차용 타이어)에 진입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타이어 업계에서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내놓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 2022년 5월에 국내 점유율 1위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가 iON(아이온)을 선보이면서 EV 타이어 브랜드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한국타이어는 전기차 분야의 F1 레이싱 대회인 '포뮬러 E'에 아이온을 후원할 만큼 공격적인 마케팅을 펴고 있다. 이탈리아의 타이어 기업인 피렐리(pirelli)가 F1 스폰서 활동을 통해 막대한 홍보 효과 누린 것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국내 타이어 리딩기업들이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내놓는 배경에는 전동화 시대를 대비해 시장을 선점하겠단 목적이 깔려있다. 전기차용 타이어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회사의 이름 보다는 브랜드를 앞세워 인지도를 끌어 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내연기관 중심의 글로벌 타이어 시장을 해외 유명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만큼 기존의 방식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 글로벌 타이어 시장 1위 기업은 프랑스의 미쉐린(Michelin)으로 15% 가량의 점유율(매출액 기준)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서 일본의 브릿지스톤(Bridgestone) 13%, 미국 굿이어(Goodyear) 8%, 독일의 콘티넨탈(Continental) 7% 등의 순이다. 반면 국내 타이어 3사(한국·금호·넥센)는 합산 점유율이 5% 남짓할 만큼 국제무대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빅2'인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가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과 달리 넥센타이어는 관련 대응에 소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쟁사인 금호타이어의 '이노비' 공개가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넥센타이어는 전기차용 브랜드 론칭을 저울질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넥센타이어는 당분간 내연기관용 타이어 브랜드인 로디안(Roadian)과 엔페라(N'FERA)의 전기차 버전으로 승부수를 보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기존 브랜드로는 전기차용 타이어에 요구되는 첨단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는데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국내 타이어 업체들의 전기차 전략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내부적으로 전기차용 전용 브랜드를 내놓을지 여부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