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KT가 올해 인공지능(AI) 사업 확대를 앞두고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하면서 외부자금 조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 회사는 일단 시장 동향을 살펴보며 자금조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장은 KT가 지난달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한 데다 공모채 시장 전반에 훈풍이 불고 있는 만큼 추가 발행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KT는 올해 'AI 수익화'를 목표로 탈(脫)통신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한다. 내년까지 맞춤형 AI 사업 매출 1조3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향후 5년 동안 관련 기술·인프라 투자에 7조원을 투입한다. 

올해 키워드는 거대언어모델(LLM)을 경량·세부화한 'sLM'이다. sLM은 특정 산업·업종 데이터 만으로 언어모델을 구축해 한층 신속하고 정확한 답변을 얻을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다. KT는 기존 초거대 AI 대비 8분의 1 수준까지 경량화한 sLM을 개발해 가격 경쟁력과 기능성을 동시에 확보할 계획이다. 이외 B2B·B2C 분야에서 AI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 올해 전문인력을 1000명 가량 영입하는 등 역량 강화에 힘을 싣을 계획이다.

관건은 투자 여력이다. 지난해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조8800억원으로, 전년(2조4500억원) 대비 17.55% 증가했다. 아울러 현금창출력 지표인 연간 상각전 영엽이익(EBITDA)도 5조4600억원으로 전년(5조3460억원) 대비 2.13% 개선됐다.

하지만 KT가 매년 1조원에 가까운 회사채 상환과 연간 3조원대의 자본적투자(CAPEX) 비용 확보를 위해선 외부 자금조달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이에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KT가 다시금 회사채 시장을 두드리지 않겠냐는 것이 시장의 시각이다. 실제 이 회사는 지난달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기존 모집금액(2000억원)의 9배 수준인 1조8000억대의 뭉칫돈이 몰려 2배 증액한 4000억원을 발행해 채무 상환에 사용한 바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금리인하 기대감이 모여 수요 흥행이 이어지는 현 시점이 자금운용 안정성을 확보할 적기"라며 "KT가 자체 자금으로 신사업과 채무상환을 병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만큼 회사채를 추가 발행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KT는 업계 최고 수준의 (AAA) 신용등급과 자금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채 발행에 따른 부담이 매우 적지만, 간접금융으로 자금 조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부연했다.

이러한 전망에 대해 KT는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회사채 추가 발행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현금창출력이나 재무건전성을 봤을 때 언제든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 결과로 풀이된다. 작년만 봐도 KT가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기준 14조4944억원에 달하고, 재무건전성 지표인 부채비율도 130%에 불과하다. 

한편 업계는 KT가 올해 AI 사업을 본격 확장하면서 연간 자본적투자(CAPEX) 규모가 한층 늘어날 것으로 전망 중이다. 탈통신 신사업을 담당하는 그룹사 CAPEX다 ▲2021년 6920억원 ▲2022년 8130억원 ▲2023년 9070억원 순으로 연평균 14%씩 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KT 관계자는 "AI 성장 속도를 가속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라며 "CAPEX 규모는 현재로선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채 추가 발행에 대해선 지금으로선 정해진 게 없고, 세부적인 연간 자금조달 계획을 밝히긴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