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로셀로나=전한울 기자] "올해 MWC에 참가하면서 본업이 통신이라는 개념과 이에 안주하는 인식부터 전환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올해 KT는 인공지능(AI)을 잘하는 AICT 회사로 거듭납니다."

김영섭 KT 대표는 27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2024' 기자간담회에서 AI와 ICT(정보통신기술) 중심 경영 비전을 발표하며 이 같이 말했다. 기존 거대언어모델(LLM)을 경량화·세분화한 'SLM' 등 사업다각화를 비롯해 인재 영입과 과감한 개방형 파트너십으로 전방위적인 사업 쇄신에 나서는 것이 목표다.

올해 5G 정체기를 앞둔 KT의 고심은 생각보다 컸다. 특히 '통신사=5G 사업'이라는 공식을 깨고 AI 부문에 한층 힘을 실어 새 사업구조를 안착시키겠다는 김 대표의 의지는 굳건했다. 그는 "고객의 디지털 혁신을 위한 전략 수립부터 최적의 솔루션과 효율적인 운영관리까지 제공하는 '엔드투엔드(end-to-end)' 서비스로 고객의 사업가치를 높이는 디지털 혁신 파트너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올해는 LLM을 경량화한 SLM 사업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LLM이 대세였다면, 이제는 SLM이 새로운 시장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SLM은 특정 산업·업종 데이터 만으로 언어모델을 구축해 한층 신속하고 정확한 답변을 얻을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최근 매개변수를 대폭 줄여 최대 25배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SLM을 발표하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오승필 KT 기술혁신부문장 부사장도 "초거대 AI가 좋긴 하지만 고객사로선 가격 경쟁력과 맞춤 기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상존한다"며 "경량화 모델부터 초거대 AI까지 만들어 본 경험을 토대로 초거대 AI 대비 8분의 1 수준까지 경량화하는 SLM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B2C 부문도 혁신을 꾀할 계획이다. KT는 기존 B2B 위주에서 B2C 부문으로 AI 사업을 한층 확대할 예정인데, 미디어 분야에 우선적으로 AI 기술을 접목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 AI·디지털 분야 전문인력을 1000명 가량 영입하고, 내부교육과 AI 내재화를 통해 'AI DNA'를 심겠다는 것이 KT 측의 설명이다.

김영섭 대표는 "취임 6개월 차에 접어들면서 내부 AI 부문 역량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며 "관련 전문인력을 대거 채용해 역량을 확보하고 임직원들의 AI·클라우드 역량을 지속 제고해 사업 혁신을 일으키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시장에서 단독으로 사업을 전개, 확대해 승승장구하기 어려운 시대다. 진정한 고수는 협력에 능한 기업"이라며 "글로벌 테크기업 등과 적극적인 파트너십으로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