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저희도 정확한 사정은 잘 모르지만 언젠부턴가 공사가 멈췄더라고요. 인부들도 안 다닌 지 꽤 됐고요"(양주광적물류센터 인근 금속공장 직원)
지난 15일 찾은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일원 양주광적물류센터 개발사업 현장은 찬바람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시끄러운 크레인 소리와 인부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일반적인 공사 현장과는 사뭇 달랐다. 약 7000평 부지를 둘러싼 새하얀 컨테이너 벽이 이곳이 공사 현장이라고 대신 말해주는 듯 했다.
공사 현장 출입문으로 보이는 커다란 철제문 역시 자물쇠가 굳게 닫혀 있었다. 정문으로 보이는 철제문 옆 컨테이너 한편에 시행사와 시공사, 공사기간 등이 적힌 건축 허가 표지판만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 공사기간은 2023년 9월 1일부터 2025년 8월 31일로 한창 공사를 진행해야 할 시기였다.
물류센터 개발사업의 시행사는 인트러스투자운용이 조성한 부동산펀드 로지스프로프로젝트와이일반사모부동산투자회사(이하 로지스프로)다. 로지스프로는 지난 2022년 6월 10층 규모의 물류센터를 짓기 위해 해당 부지를 매입했다. 당시 GS리테일은 로지스프로에 70억원을 출자해 지분 46.67%를 확보, 최대주주에 올랐다.
당초 로지스프로는 올해 8월 물류센터 준공을 완료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성도이앤지를 시공사로 선정해 1162억원의 수주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2022년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시장에 유동성 위기가 도래하면서 1년이 넘도록 프로젝트파이낸싱(PF) 조성에 실패했다. 이를 견디다 못한 성도이앤지는 작년 7월 로지스프로와 맺은 수주계약을 해지했다.
같은 해 9월 로지스프로는 대상건설과 새롭게 수주계약을 체결했지만 개발사업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작년 10월부터 대상건설은 흙막이 작업 등 기초 공사를 진행했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한 달 만에 공사를 잠정 중단했다. 여전히 PF 조성에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공사 현장 뒤편으로는 컨테이너 벽이 끊겨 있었다. 금방이라도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철제 난간에 '추락 주의'라는 노란색 경고 표지만 힘없이 바람에 펄럭거렸다. 언뜻 둘러봐도 중단된 공사 현장이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었다. 드넓은 부지 위 지난날 내린 눈을 제외하고는 무엇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대상건설이 진행한 기초 공사의 흔적도 희미하지만 남아 있었다. 땅을 자세히 살펴보면 무엇을 끌은 것 같은 바퀴자국이 겨울 추위에 얼어 있었다. 평탄화 작업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듯 부지 곳곳이 울퉁불퉁했다. 대상건설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는 말이 있었지만 공사 현장에서 직원을 보지는 못했다.
GS리테일의 투자금 회수(엑시트) 시점도 기약없이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개발사업을 재개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의 신탁원부를 살펴보면 현재까지 자금조달은 신한캐피탈에서 83억원을 대출 받은 것이 전부다. 이는 성도이앤지가 체결한 공사비(1162억원)의 7.1%에 불과하다. 사실상 공사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당분간 공사 현장에는 겨울 찬바람만 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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