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라데팡스파트너스가 마수걸이 투자 기회를 놓쳤다. 한미약품그룹이 OCI그룹과 통합을 결정하면서다. 라데팡스는 지난해 한미약품그룹 최대주주가 되기로 했지만, MG새마을금고 뱅크런 영향으로 투자금을 모으지 못했다. 라데팡스는 두 그룹 통합 딜을 총괄 자문하며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것에 만족하게 됐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라데팡스와 송영숙 회장이 지난해 체결한 지분 인수 계약이 해지됐다. 한미약품과 OCI가 통합하기로 하면서 이전에 맺은 계약이 효력을 잃었다. 라데팡스는 송 회장 및 임 사장의 지분을 매입해 PEF로서 첫 걸음을 시작하고자 했지만 기한 내 투자금을 확보하지 못하며 딜을 종결하지 못했다.

라데팡스는 지난해 3200억원을 투자해 한미사이언스 지분 11.8%를 확보하고자 했지만 출자자(LP)들이 지갑을 닫으며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 새마을금고 출자가 무산된 것이 결정타였다. 인수금의 절반 이상인 19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던 새마을금고가 출자비위 사태에 휘말리며 돌연 자금집행 불가를 통보했고, 다른 투자자들도 주축출자자(앵커LP) 부재를 이유로 자금을 맡기지 않았다.

앵커LP 부재 속에서도 라데팡스는 딜 종결을 위한 자금 마련 노력을 지속했다. 국내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투자 설명서를 배포했고 대형 블라인드펀드를 운용하는 PEF를 대상으로 공동운용사(Co-GP)를 제안하기도 했다. 하지만 투자 규모 및 조건 등에서 이견을 보이며 Co-GP 모집에서 실패했고 기한 내 충분한 자금을 약속받지 못했다.

송 회장은 지난해 말 주식담보대출 만기가 다가오자 이를 상환하고 남은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송 회장은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을 만나 그룹 통합에 관해 수차례 논의했고 최종 거래가 성사됐다. 두 회사가 통합을 결정하며 지난 2021년부터 한미약품그룹 자문을 맡아온 라데팡스는 투자자가 되지 못하고 딜을 총괄 자문하는 역할로 한 발 물러나게 됐다.

이번 그룹 통합을 활용해 송 회장은 상속세 납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거래가 완료되면 송 회장의 지분은 11.66%에서 2.6%로 감소한다. 송 회장 및 한미약품 오너일가는 지난 2020년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로부터 재산을 상속받으며 약 5400억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부담하게 됐다. 현재 남은 상속세는 2700억원 상당으로 추정된다.

두 회사의 거래에서 OCI홀딩스가 투입하는 자금은 7703억원에 달한다. 구체적으로는 송 회장 등 2인이 보유한 지분 744만674주(약 2775억원)를 OCI홀딩스가 양수한다. 이와 함께 송 회장 및 임 사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677만6305주를 OCI홀딩스가 현물출자 받고 신주 229만1532주를 이들에게 교부한다. 또한 한미사이언스가 진행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643만4316주를 인수한다. OCI홀딩스가 확보하는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27.03%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라데팡스가 결국 MG새마을금고의 출자 중단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며 "야심차게 대규모 투자금을 조달해 PEF로 발걸음을 떼고자 했지만 시장 한파를 이겨내는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라데팡스가 딜을 총괄 자문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한미약품그룹과의 신뢰관계는 공고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