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황지현 기자] 전 세계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1월 10일을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심사하는 미국 최초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승인 결정 마감일이기 때문이다. ETF를 신청한 14개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돈은 수 경(京)원에 달한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보유하는 투자 상품을 일컫는다. ETF가 승인되면 가상자산에 투자하지 않던 일반 주식 투자자들도 간접적으로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ETF는 증권시장 규제와 투자자 보호 규칙을 따른다. 시장에서는 ETF 승인을 가상자산의 제도권화로 해석한다. 기존 가상자산을 탐탁치 않아 하던 투자자들도 주식시장에 상장된 ETF를 통해 '한 번 투자해 볼까'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한 전망에 따르면 가상자산 업계에 장기적으로 50억 달러(약 6조5000억원) 이상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고 한다.

전 세계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양상이 다르다. 해외에서는 가상자산 예치(스테이킹)에 기반한 탈중앙화 금융(디파이), 탈중앙화 거래소(DEX), 비트코인 대체불가토큰(NFT)인 인스크립션(오디널스) 등 가상자산을 이용한 혁신적인 프로젝트들이 활기를 띠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비트코인 같은 유망 프로젝트보다는 가격 급등락이 심한 알트코인들에만 투자자 시선이 집중돼 있다. 특정 종목에는 가상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보다도 몇 배의 거래량이 기록되기도 한다. 거래소들도 이런 분위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몇몇 분석업체에서는 "한국 거래소에서 대부분 물량을 들고 있는 특정 종목에서 시세 조작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고도 분석한다. 

국내 가상자산 업체들도 블록체인 대중화나 장점을 살리겠다는 목표보다는 '한탕주의'에 빠진 분위기다. 블록체인 기술 업체에 종사하다 최근 스타트업을 차렸다는 한 20대 대표는 프로젝트 비전을 설명하기도 전에 "혼자 하면 수익을 독점할 수 있는데 굳이 왜 업체를 위해 일해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아 회사를 차렸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밝은 투자자들은 "김치(국내) 프로젝트는 믿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가상자산 업계에는 '투자 사이클'이 있다고 한다.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은 가상자산이 제도권으로 자리 잡고 금 등 투자상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계기다. ETF 언급 이후 비트코인이 6000만원을 돌파했고, 이에 따라 FTX 파산 이후 2년 이상 지속된 '하락장'이 끝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비트코인 현물 ETF발 상승장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이제라도 거래소와 규제당국은 위험자산 취급받던 가상자산이 주식 등 금융상품 만큼의 자산 클래스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기(Scam)성 프로젝트는 잡아내야 한다. 투자자들도 가격 움직임보다 각 가상자산의 비전이나 시장 내러티브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환경이 구축된다면 '믿을 수 없는 김치 프로젝트'도 사라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