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가영 기자]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이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상반기부터는 감산 폭을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전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인해 반도체 수요는 아직 불안정한 상태고, 가격 역시 충분히 상승하지 않은 만큼 감산을 중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일각서 나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반등을 시작한 메모리 반도체의 고정거래가격은 세 달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고정거래가격이란 제조업체와 수요업체 간 협상을 통해 결정하는 대량 납품 가격을 의미한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고정거래가격은 전월 대비 6.45% 증가한 1.65달러로 집계됐다. 메모리카드와 USB용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역시 같은 기간 4.33달러로 전월 대비 6.02% 상승했다.

또다른 시장조사업체인 트랜스포스 역시 올해 1분기에는 반도체 가격이 직전 분기 대비 10~15%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며 "메모리 가격이 더욱 상승하기 전에 수요자들이 재고를 채우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가격이 이처럼 반등하고 있는 것은 주요 기업들의 감산 효과와 무관치 않다. 실제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는 2022년부터,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부터 감산을 시작했다. 이후 작년 8월 1.3달러로 최저점을 찍었던 D램 가격은 9월 보합세를 보이다가 10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에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 중 감산에 나설 것으로 시장은 내다보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D램 감산 폭을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화성 16·17라인 뿐만 아니라 평택 P2·3라인에서도 1znm(10나노미터 중반)를 중심으로 웨이퍼 투입량을 늘렸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감산폭은 기존 35%에서 올해 1분기 15% 수준까지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반도체 가격이 아직은 충분히 상승하지 않은 상태라 당분간은 감산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D램 가격이 상승 추세이긴 하지만 여전히 2달러를 밑돌고 있다. 2018년 한때 8달러를 넘어섰고, 2022년 초까지만 해도 3.4달러 수준을 유지했던 걸 고려하면 현재 가격도 절반수준에 그치고 있는 만큼 감산폭 축소를 논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재고부담이 여전히 막대한 점도 감산 축소가 성급한 결정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배경이다. 삼성전자만 해도 3분기까지 재고자산 규모가 55조2560억원에 달했다. 4분기 들어 반도체 수요 증가로 재고가 줄긴 했겠지만 여전히 막대한 수준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 컨퍼런스콜 이후 감산 기조에 변화가 생긴 건 없다"며 "4분기 실적 발표가 1월 말에 있을 예정인데, 상반기 감산 계획에 대해서는 이 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