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현대엘리베이터 사외이사 4명 중 3명이 재무 전문가로 확인됐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기존 보다 높은 배당성향을 적용해 올해부터 배당할 계획이다. 강화된 주주환원을 위해선 수익성이 기반돼야 하는 만큼, 이사회의 재무적 기능 보강이 필요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4일 현대엘리베이터에 따르면, 4명의 사외이사 가운데 박민 이사를 제외하고 모두 '재무·회계' 분야 전문가다. 기존 정영기, 김정호 이사에 이어 지난해 말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기화 이사가 추가로 선임된 까닭이다. 지난해 말 사임한 서창진 사외이사는 경영 분야를 전문으로 한 학계 인물이었다. 회사는 서 이사가 떠난 자리를 재무 전문가로 채웠다. 

현재 회계 및 경영관리 자문 회사인 다산회계법인에 재직 중인 이기화 이사는 한국공인회계사회 최초 여성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재무와 회계 분야의 여러 의견을 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조재천 현대엘리베이터 대표는 12월 열린 임시 주총에서 "이기화 이사는 재무 전문가로서 독립적으로 감독하고 모니터링할 것이며, 대안적 시각과 전략적 권고를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증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외이사 역량이 재무에 치우쳐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오는 2027년 회계연도까지 매년 순이익의 절반을 주주들에게 환원하기로 했다. 나아가 최저배당제 시행으로 적자가 발생하더라도 최소 500원을 배당해야 한다. 이처럼 기업가치 제고 목적의 주주환원 정책 때문에 수익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기존 중장기 배당정책(순이익의 10~50%)에 따라 2020년~2022년 지급된 배당금은 순이익의 30% 내외 수준이었다. 2022년에는 순이익이 전년 대비 30% 이상 감소하면서 배당성향도 25% 수준을 겨우 맞췄다. 지난해 9월까지 순이익은 3417억원에 달해 연간 기준으로 4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쉰들러 소송 결과에 따라 인식한 수익 2815억원을 감안하면 순수하게 영업을 통해 벌어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금액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을 받았을 때 배당성향 확대 등 기업가치 제고 측면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무적 역량이 필요한 이사회 안건들이 많아진 것도 해당 분야 전문가를 보강한 이유로 꼽힌다. 

현대엘리베이터 자회사 가운데 현대아산이 건설업 비중을 높이면서 우발채무가 급증한 탓에 모회사 현대엘리베이터 재무에도 일부 영향을 주고 있다. 실제 2022년 현대엘리베이터가 계열사에 제공한 총 지급보증 규모가 6133억원인데, 70%에 해당하는 4472억원의 보증이 현대아산과 관련됐다. 이렇다 보니 작년 이사회에 현대아산이 종종 언급됐다. 지난 2월 임시 이사회에서 현대아산 신용공여 제공 안건을 다뤘으며, 이로부터 두 달 뒤 열린 이사회에서 현대아산 증자 참여를 결의했다. 

게다가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1640억원어치의 회사채도 발행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공모채를 발행한 것은 3년 만으로, 차환 용도로 자금을 조달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이사회 안건 상 숫자 감각이 뛰어난 인물이 필요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