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힘을 보탠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의 지원 사격이 '배임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효성첨단소재를 통한 주식 매입은 제3자인 조현범 회장의 이익을 위한 공금 유용이며, 주가 하락으로 투자 실패가 되면 주주들에 재산상 피해를 미칠 수 있다는 관점에서다.

최근 효성첨단소재는 총 123억원 가량을 들여 한국앤컴퍼니 지분 0.72%를 확보했다. 이달 18일 주당 1만7757원에 14만6460주(0.15%)를 취득하고, 1만8917원에 22만9680주를 확보했다. 이어 19일 주당 1만7592원에 10만3860주를 매입하고, 20일 1만7614원에 20만주를 사들이면서 보유 주식 수는 68만주(0.72%)까지 늘어난 상태다.

효성첨단소재가 조현범 회장과 의결권 공동 행사 목적의 합의서를 체결한 데 따라, 최근 사들인 주식 모두 조현범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다. 효성첨단소재의 최대 주주가 지주사 ㈜효성(21.20%)이고, ㈜효성의 최대 주주는 조현준 회장(21.94%)이다. 즉, 조현준 회장이 4살 터울 사촌 동생인 조현범 회장의 백기사로 등판했던 셈이다.

문제는 이후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부진하다는 점이다. 한국앤컴퍼니 주가(종가 기준)는 효성첨단소재가 마지막으로 주식을 매입한 지난 20일 이후 우하향 곡선을 그리다 29일 주당 1만5000원 선으로 내려 앉은 상황이다.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이 경영권 도전을 위해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손 잡고 진행한 공개 매수가 무산된 여파로, 주가의 추가 하락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효성첨단소재의 한국앤컴퍼니 주식 매입 단가는 평균 1만7970원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효성첨단소재를 활용한 조현준 회장의 한국앤컴퍼니 지분 매집이 배임 논란으로 불거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김우진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조 회장) 사비도 아니고 (효성첨단소재라는) 회사 돈으로 남의 회사 경영권 분쟁에 개입한 것인데, 공개 매수 실패로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더 떨어지면 효성첨단소재 입장에서는 투자 실패"라며 "이는 (효성첨단소재) 주주들에게 배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배임이란 신임 관계를 위배해 타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뜻한다.

효성은 이번 투자의 사법 리스크를 딱히 우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비즈니스 안정화 목적의 지분 투자"라며 "(효성첨단소재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간) 시너지 효과를 고려한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목적은 고객사의 안정적 경영을 돕는 것"이라 설명했다. 효성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효성첨단소재 타이어코드 사업의 국내 최대 고객이다.

실제 이번 지분 매집이 기회 유용이나 배임 등 문제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효성첨단소재의 이번 지분 매집 규모가 크지 않아 배임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주가 소를 제기하지 않는 이상 배임 리스크가 가시화할 확률은 낮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효성첨단소재 입장에서는) 한국앤컴퍼니가 사모펀드 등에 흔들리는 상황이 더 리스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