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하나금융그룹 8곳 계열사 가운데 하나생명만 대표이사가 바뀐다. 하나생명이 실적 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면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도 '이대로는 안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나생명 새 대표에 내정된 남궁원 하나은행 부행장이 함 회장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일 하나금융지주에 따르면 남궁 내정자는 은행 출신으로 '보험 전문가'는 아니지만 경영전략과 재무기획, 자금 운용 등에 전문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하나금융지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그룹임추위)는 남궁 내정자에 대해 "자금시장 전문가로서 올해부터 적용된 IFRS17 체제 아래 보험이익의 규모가 낮고 최근 투자영업 리스크가 대두된 하나생명의 건전성을 강화하면서 상품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보험이익부문과 투자이익부문의 수익성을 제고시킴으로써 조직의 사기를 북돋울 수 있는 구원투수로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남궁 내정자는 1967년에 태어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에 한국외환은행(현 하나은행)에 입행한 뒤 자금시장사업단 상무, 전무,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등을 거쳐 현재 자금시장그룹 부행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남궁 내정자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하나생명의 실적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남궁 내정자는 먼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등 고위험 자산 리스크관리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사들은 최근 3년 동안 투자 영업에서 부동산 관련 대출을 대폭 늘렸는데 고금리 기조 지속으로 이런 자산의 손실 확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더욱이 하나생명은 다른 보험사와 비교해 실적이 투자이익에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위험 자산 관리에 신경 쓸 필요가 크다.

하나생명은 보험사업이 아직 안정적 궤도에 오르지 못해 실적이 투자이익 등 변수에 쉽게 좌우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3분기 실적만 봐도 알 수 있다. 266억원의 영업이익 중에서 보험이익은 50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216억원은 투자이익이다. 삼성생명이나 한화생명 등 다른 생명보험사는 보험이익 규모가 더 크다.

하나생명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1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8% 감소했다.

남궁 내정자는 리스크관리에 힘쓰면서 동시에 판매채널 확대, 보장성 보험상품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생명은 그동안 방카슈랑스 채널로 주로 매출을 올렸는데 최근 들어 법인보험대리점(GA)과 제휴를 확대하는 등 판매채널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방카슈랑스는 은행 등 다른 금융부문의 판매채널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 함 회장의 보험업 및 하나생명 경쟁력 강화 의지가 명확하게 드러난 만큼 남궁 내정자의 책임과 부담도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함 회장은 8곳 계열사 대표 가운데 무려 7곳 대표를 유임하면서도 하나생명에 대해서는 수장 교체라는 결정을 내렸다. 더욱이 하나생명은 임영호 현 대표의 임기가 2024년 말까지로 아직 1년이나 남은 상황이었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은행이 주력인 만큼 하나은행 부행장이나 지주 임원이 계열사 대표로 승진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나생명도 예외는 아니다. 남궁 내정자와 임영호 현 대표는 물론 이전에 하나생명을 이끌었던 김인석 전 대표, 주재중 전 대표, 권오훈 전 대표 등이 모두 은행 출신이었다.

남궁 내정자는 추후 열리는 하나생명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이사회, 주주총회 등을 거쳐 선임이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