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LG전자가 '기업 간 거래(B2B)' 확대에 사활을 건다. B2B 사업은 상대적으로 경기 민감도가 낮아 안정적이다. 올해 글로벌 가전사업 불황 속에서 LG전자가 선방한 이유도 B2B 사업이 완충 역할을 한 덕분이다. LG전자는 향후 8년 내 전체 매출에서 B2B 사업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분기 LG전자 매출에서 B2B 사업 비중이 30% 중반까지 상승했다. 이는 별도 재무제표 기준으로 LG이노텍 매출은 제외된 값이다. LG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전체 매출을 100조원, B2B 매출을 40조원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B2B 사업은 LG전자 전 사업을 포괄한다. 자동차 전기 장비(전장) 분야,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ID), 냉·난방공조(HVAC), 붙박이(빌트인) 가전 등이 있다. 최근에는 대학교, 오피스에 납품하는 가전 구독사업까지도 B2B 사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경기 침체 속 소비 절벽으로 인한 가전 시장 침체는 분명 LG전자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며 "이런 타격을 B2B 실적이 상쇄하면서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시장을 아우르는 친환경 흐름을 고려하면 향후 B2B 사업 성장 기대감은 더 크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납품하는 전장 분야(VS사업본부)가 꼽힌다. 자동차에 탑재되는 부품은 안정성 검증이 필요해 수주에서 실제 납품까지 3~5년여 시간이 필요하다. 앞선 수주 물량이 실적으로 이어지며 LG전자 VS사업본부는 올해 처음으로 연간 매출액 10조원을 내다보고 있다. 

HE사업본부도 B2B 수혜로 선방했다. 최근 TV 업계는 하드웨어가 아닌 플랫폼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전용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 TV에 광고 콘텐츠를 공급해 수수료를 나눠 갖는 방식이다. LG전자는 중국, 북미 세트업체에 웹OS를 납품해 B2B 매출을 내고 있다. 

신규 아파트 단지에 빌트인 가전을 묶음으로 납품하는 것도 대표적인 B2B 매출이다. 국내외 정부에서 주택사업에 친환경 경쟁력을 요구하면서 HVAC 시스템을 비롯한 스마트홈 구축 수요는 급증했다. LG전자는 서초 에르메티아 오피스텔, 부산 연산 롯데캐슬 골드포레 등 국내 여러 주택사업에 스마트 가전을 공급해왔다. 관련 규제가 강력한 해외 수요는 더 크다.

상대적으로 성장세가 더딘 BS사업본부도 미래 시장 다지기에 열중이다. 설립 초기 B2B사업본부(현 BS사업본부) 자산 규모는 현재의 절반 수준인 2조6217억원에 불과했다. 영위하는 사업도 사이니지 디스플레이, 태양광 모듈 사업 등으로 제한적이었다. 이후 BS사업본부로 이름을 바꾸며 전기차 충전 솔루션, 로봇 사업까지 외연을 넓혔다. 

앞선 관계자는 "BS사업본부에서 담당하는 사이니지, 상업용 TV나 전기차 충전 솔루션, 로봇 사업도 장기적으로는 모두 포텐셜이 있는 사업"이라며 "지금 다져 놓으면 향후 B2B 사업 성장세가 더 가팔라질 것으로 내부적으로는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