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16일 HB인베스트의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승인했다. 지난 9월 상장예심 청구서를 접수한 지 두 달여 만이다. 증권신고서 제출, 수요예측, 공모청약 등 남은 일정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 중으로 증시에 입성할 전망이다.

HB인베스트는 1999년 설립된 중견 벤처캐피탈이다. 25년간 누적 1조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운용해왔다. 크몽, HPSP, 밀리의서재, 자비스앤빌런즈, 하이퍼코퍼레이션 등 300여개 기업에 투자해 준수한 성과를 냈다고 평가 받는다.

올해는 펀딩·투자·회수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우선 신규 투자재원으로 800억원 넘는 자금을 확보했다. 지난 3월 '에이치비 디지털 혁신성장 2호 투자조합(약정총액 370억원)'을 결성한 데 이어 7월 '신한 에이치비 웰니스 1호 투자조합(103억원)'을 조성했다. 최근엔 최소 350억원 규모의 '2023 HB엠앤에이 투자조합'까지 출범했다. 향후 멀티클로징(증액)이 이뤄질 경우 HB인베스트가 확보한 투자재원은 더욱 늘어나게 된다.

투자도 불을 뿜었다. 이달까지 500억원 넘는 투자재원을 소진했다. '혹한기'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다. 현재 검토 중인 기업들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700억~800억원대 투자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회수도 착실히 진행했다. 와이팜, 크라우드웍스, 코어라인소프트, 슈어소프트테크, 에스바이오메딕스 등 포트폴리오가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덕분이다. 특히 HPSP 투자로는 821억원을 거둬들이며 '잭팟'을 터뜨렸다. 투자 2년 만에 멀티플(배수) 4.3배에 달하는 회수 성과를 달성했다. 이밖에 블루엠텍, 케이웨더 등 조만간 상장을 앞둔 기업들도 있어 기대를 모은다.

HB인베스트는 이번 공모 물량으로 666만7000주를 배정했다. 상장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당초 스팩 합병으로 약 148억원의 자금을 유입할 예정이었으나, 직상장으로 선회한 만큼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조달 자금 규모가 결정될 전망이다. 작년 말 기준 HB인베스트의 매출(영업수익)은 159억원, 순이익은 74억원, 액면가는 500원이다.

HB인베스트의 포트폴리오사인 '케이웨더'도 같은 날 나란히 상장예심 승인을 받았다. 투자사와 피투자사가 같은 날 축포를 쏘아올린 셈이다. 케이웨더는 국내 최초 민간 기상기업으로 20년 넘게 공기·날씨 데이터를 축적해왔다. 이번 공모에선 구주 매출 없이 신주 200만주를 배정했다. 상장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업계에선 HB인베스트가 캡스톤파트너스의 뒤를 이어 또 한 번 돌풍을 일으킬지 주목하고 있다. 캡스톤파트너스는 지난 15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공모가(4000원) 대비 주가가 두 배 이상 뛸 정도로 호조세를 보였다. 17일 오전 기준 시가총액 규모는 1200억원 상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