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한국거래소(KIND)나 금융감독원(DART) 등 각 기관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공정공시'라는 보고서를 심심찮게 마주할 수 있다. 공정공시란 '상장사가 아직 공시되지 않은 정보를 증권사나 언론 등 특정인에 제공하려 할 때 해당 내용을 공시케 한 제도'를 말한다. 미공개 정보이용 등 불공정거래 사전 예방, 수시공시 보완뿐 아니라 투자자들에 합리적인 기업분석을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순기능이 많은 제도란 평가를 받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한진도 공정공시 제도를 활용해 시장에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그 내용이 매우 '선택적'이고 '한정적'이어서 아쉬움을 자아낸다. 즉 알맹이가 빠진 정보만을 공개하는 것인데, 투자자의 판단을 흐릴 수 있단 점에서 문제가 제기된다.

일단 ㈜한진은 '속도'만 따지면 어떤 상장사보다도 투자자와 소통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인다. 3분기 실적 공정공시를 낸 시점도 지난달 10일로 2500여개 상장회사 가운데 가장 빨랐다.

그러나 정작 내용을 들여다보면 중요한 정보가 빠져있다. 통상 기업들은 실적 공정공시에 매출-영업이익-세전이익-순이익 순으로 숫자를 기입하는데 ㈜한진은 매출과 영업이익만 적시해 놨다. 투자자 입장에서 손익계산서 내 가장 중요하게 들여다봐야 할 항목인 '순이익'을 쏙 빼놓은 것이다. 특히 ㈜한진은 대규모 차입, 터미널 투자 등으로 인해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론 이자비용을 대기에도 어려운 만큼 얼마를 남겼나(순이익)를 관건으로 봐야 하는 기업이다.

올 상반기만 봐도 ㈜한진의 연결매출 및 영업이익은 각각 1조3669억원, 592억원으로 집계됐고 영업이익률은 4.3%를 기록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물류회사로서 썩 나쁘지 않은 성적표지만 순이익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 기간 순이익과 순이익률은 각각 107억원, 0.8%이다. 이자비용을 빼면 남긴 게 거의 없는 셈이다.

㈜한진이 애초에 알맹이를 뺀 정보를 제공코자 한 의도는 없었다고 믿고 싶다. 비교적 빠르게 공정공시를 내다보니 연결종속법인들의 수치 집계의 어려움으로 순익을 생략했을 여지도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한진과 비슷한 시기에 순익을 뺀 공정공시 보고서를 제출한 이후 다시 상세 IR자료를 포함한 정정공시를 내며 정보를 충분히 제공했다.

더욱이 실적 공정공시는 분·반기·사업보고서 제출 전 기업의 재무상태를 간접적으로나마 파악한단 면에서 중요한 보고서다. 이처럼 취지는 나무랄 데가 없는데, ㈜한진과 같이 기업이 정보를 '제한적으로' 제공할 때 회사와 투자자 간 정보비대칭이 발생할 수 있단 점은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특히 한진그룹은 수년 전 국내 1위 선사가 파산한 아픔을 지닌 데다 최근까지도 재무구조에 이슈가 많은 기업집단 아니었던가. 공정공시부터 분기보고서 제출까지 35일. 회사가 투자자와 동상이몽을 바란 게 아니라면 앞으론 친절한 정보로 시장과 소통에 나서길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