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현대건설은 딜사이트와의 통화에서 "지난 6일 SK온 측으로부터 공문이 왔다"며 "공장 건설을 멈춰달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말했다. 이어 "공문에 중단 사유는 '내부 경영 사정'으로 적혀 왔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설 측은 "SK온 측에서 공사가 중단되는 기간 동안 장비들이 도난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장비들을 모두 빼고 있는 상황"라고 전했다. 그는 "오는 15일까지 협력사에 하도급 기성 서류 제출을 요청하는 등 현재 사태 수습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서산 3공장의 공정률은 12%인데 앞으로 다시 진행이 될지 안 될지는 미정"이라며 "공사와 관련된 모든 건설사와 협력사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온은 올해 4월 15일 서산3공장 공사에 착수했다. 회사는 기존에 서산 1·2공장을 5기가와트시(GWh) 규모로 가동 중이었고, 내년 12월 31일까지 1조5000억원을 들여 서산시 오토밸리 4만4125㎡(약 1만3348평)에 10GWh 규모의 공장을 지을 계획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3공장은 현대차 전용 공장으로 지어질 예정이었다"며 "조인트벤처(JV)는 아니었지만 SK온 공장임에도 SK에코엔지니어링이 아닌 현대건설이 공사주관사로 참여했고, 현대차가 3공장에 들어가는 장비값의 절반을 지원하면서 SK온 측에 배터리 셀 제조 공장 설립을 적극적으로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전기차 판매량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가 현대차에서 다른 배터리 제조사와도 활발히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 SK온이 위협을 느끼고 선제적으로 조치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현대차는 삼성SDI와 유럽향 배터리 셀 장기 공급계약(2025~2032년)을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는 10조원을 투자해 북미에 합작공장을 세우는 중이다. 중국의 배터리 셀 제조사인 CATL로부터는 이미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그는 "설비 업체들은 이미 SK온의 서산 3공장이 건설이 무산된 것을 알고 있다"며 "SK온이 한국에 공장을 더 짓는다고 해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데다 비용적인 면에서 최적화가 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SK온과 현대차는 SK온 조지아 공장의 일부 라인을 개조해 현대차 라인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아 공장에서는 포드와 폭스바겐 등에 배터리 셀을 공급하고 있는데 이를 개조하는 것이 새로 짓는 것보다 비용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라인을 개조하게 되면 완료 시점이 2024년 말 정도로 신규 설립 준공 시점과 비슷해진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조지아 공장 라인 개조의 전제조건은 조지아 공장의 물량이 빠져야 한다는 점"이라며 "SK온과 현대차 양측 모두 미국 공장에서 셀을 제조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SK온에게는 지금의 상황이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이 기간 동안 숨고르기를 하고 체력을 잘 키워서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물량을 늘리는 시점에 고도화된 물량으로 대응한다면 충분히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SK온 관계자는 "서산 3공장 중단 건은 1차로 받은 공사비가 모두 소진됐기 때문"이라며 "2~3주 뒤에라도 이사회가 열려 예산을 다시 집행하면 공사를 재개할 예정이고, 지금의 공사 중단은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건설과 SK에코엔지니어링이 이미 공사를 진행하고 청구한 내역에 대해서는 당사는 지급을 완료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