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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 고평가 논란', 면죄부 주는 면책규정
정동진 기자
2023.11.14 06:25:12
'깜깜이' 가격 산정 빈번…미국은 적극 규제 나서
이 기사는 2023년 11월 13일 11시 1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tock market. (출처=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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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스팩(SPAC) 합병기업들이 상장 시 제시했던 미래 수익이 실제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예상 매출을 부풀려 기업가치를 고평가하더라도 사후적으로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지적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2020년 미국에서 스팩 붐이 일며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증시 상장이 손쉬운 스팩 합병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스팩 합병 과정상의 제도적 헛점이 드러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스팩 합병시 예상 매출 못미쳐…상장 후 주가 반토막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한 기업들을 살펴보면 스팩 합병시 제시한 예상 매출액과 실제 매출액이 큰 차이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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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합병 상장한 모비데이즈는 2022년 예상 매출을 389억원으로 제시했으나 실제 매출은 160억원으로 예상치보다 약 60% 하락한 수준이다. 2021년 7월 상장한 휴럼의 2022년 예상 매출은 실제 매출과 28% 차이가 발생했다. 같은해 12월 상장한 에스티에이엔지의 실제 매출은 예상치에 비해 42% 적다. 블리츠웨이는 36% 떨어졌다. 


스팩 합병기업 매출 및 주가 비교 (출처=전자공시시스템)

이들의 주가는 매출 차이보다 더 큰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상장일 종가와 지난 10일 종가기준 주가를 비교하면 모든 종목들의 주가가 절반 이하 '반토막'이 났다. 모비데이즈는 상장일 종가 가격 2320원에서 지난 10일 종가기준 559원으로 75% 떨어졌다. 에스에이티엔지는 55%, 블리츠웨이는 58%, 휴럼은 60%의 상장일 대비 지난 10일 기준 주가 하락률을 기록 중이다. '주가는 기업가치에 수렴한다'는 주식시장의 오래된 격언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최근 3개월간 스팩을 통해 합병 상장한 6개 기업들의 주가를 살펴봐도 모두 상장 기준가보다 낮은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10일 종가 기준 신시웨이, 세니젠의 경우 상장기준가 대비 각각 35%에 가까운 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크라우드웍스는 48%, 율촌은 55% 하락했고 우듬지팜은 29%, 코어라인소프트는 44%가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 시장의 불황을 고려하더라도, 스팩 합병 시 통상 5~10%의 할인율을 적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해당 기업들의 기준가가 고평가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최근 3개월 스팩 합병기업 주가 변동내역. (출처=KIND)

스팩 합병 기업에 대한 '가격 뻥튀기' 논란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스팩 기업공개(IPO)는 주관사·발행사가 협의한 가격을 거래소의 승인만 받으면 그대로 상장이 가능해 일명 '깜깜이' 가격 산정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직상장 IPO는 수요예측·공모청약 등의 과정에서 기관·개인투자자들이 참여해 비교적 객관적인 기업가치 평가가 이뤄진다. 


스팩 합병기업은 절대가치 평가법으로 피합병기업의 가치를 추산한다. 절대가치 평가법은 피어그룹(비교회사)을 선정하는 상대가치 평가법과는 달리 해당 기업의 미래의 현금흐름을 다양한 가정을 적용해 추정하는 방식이다. 해당 평가법을 이용하면 기업이 가지고 있는 절대적 내재가치를 도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시장에서는 상장 대상 기업이 필요한 자금에 맞춰 미래가치를 조정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원하는 조달 자금 규모는 정해져 있고, 주관사는 거기에 밸류에이션을 맞춰주는 것이 현실"이라며 "현재 상황에서는 상장 대상기업이 원하는 조달액이 다소 높더라도 '기업가치가 적정하지 않다'고 고객사에 말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 적절한 브레이크 없는 '절대가치 평가법'…악용 우려 


한국거래소의 공정공시제도 중 '피합병기업의 미래 수익전망 자료에 대한 면책조항(Safe Harbor)'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 규정 아래에서는 스팩(SPAC) 합병 시 의도적으로 기업가치를 부풀리더라도 이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 공정공시제도에 따르면 상장법인이 자사 수익전망에 관한 공시를 할 때 해당 정보가 합리적 근거에 기초해 작성되고, 예측치와 실제가 다를 수 있다는 주의문구를 명시한다면 회사가 제시한 미래 수익전망이 실제와 일치하지 않더라도 면책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스팩 합병 추진시 자산가치·현금흐름 등을 통한 절대가치 평가법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하더라도 금융당국으로부터 정정 요구를 받는 일은 거의 없다. 기업의 미래가치 추정이 통상적으로 회계법인 등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통해 진행되기에 공신력이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의 미래 실적이 실현됐을 때 업황·시황 등 외부환경의 영향을 받아 예상치와 차이를 보이더라도 당국은 이에 대해 별도에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 기업이 아직 발생하지 않은 모든 영업 환경, 매크로 환경 등의 변화를 예측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취지에서다. 


문제는 해당 면책규정이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아직 대규모 스팩 피해가 발생한 적은 없지만, 스팩 합병상장 기업들의 주가가 대부분 상장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에 절대가치 평가법을 통한 가격 결정 방식이 기업가치 추정에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의 경우 미국과 같이 유의미한 실증 연구 결과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면책 제도에 허점이 있는 만큼 미국의 사례와 유사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합병 대상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 스팩시장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미국 스팩 열풍 불자 관련 피해도 급증…하원·SEC 대안 마련 나서


2020년부터 스팩 상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미국에서는 이듬해부터 스팩 피해 관련 소송이 폭증했다. 합병완료 기준 2020년 64건, 2021년 199건의 스팩 합병이 진행됐다. 같은 기간 소송 건수는 2020년 5건에서 2021년 33건으로 증가했다.


특히 스팩합병을 통해 2020년 10월26일 나스닥에 상장한 로즈타운 모터스(Lordstown Motors)의 경우, '행동주의 공매도'를 추구하는 힌덴버그 리서치(Hindenburg Research)에서 해당 회사에 대한 공매도 리포트를 발표하자 주주들의 집단 소송이 이어졌다.


힌덴버그 리서치는 리포트에서 "로즈타운 모터스는 수익이 없고 판매 가능한 제품이 없는 전기 자동차 스팩으로, 수요와 생산 능력 모두에 대해 투자자를 오도했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예상 실적은 대부분 허구이며, 이를 자본 조달을 위한 소품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로즈타운 모터스의 전기 트럭 사전주문 통계가 일부 부풀려졌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창업자인 스티븐 번스 최고경영자(CEO)와 로드리게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즉각 사임했다. 회사는 이후 주주들에게 집단 소송을 당하고 폭스콘과의 갈등이 발생하는 등 내홍을 겪으며 나스닥 상장 당시 최고 400달러에 이르던 주가가 1달러대로 떨어졌다. 현재는 나스닥에서 상장 폐지된 뒤 장외시장(OTC)에서 거래 중이다.


미국은 이 같은 스팩 면책규정 관련 피해가 급증하자 제도 강화에 나섰다. 2021년 5월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는 모든 스팩을 미래 예측 진술의 면책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안 초안을 발표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또한 2022년 3월 스팩의 미래예측에 대한 면책기준을 강화해 투자자들을 보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 느슨한 국내 면책 규정금감원 "제도 개선하겠다"


SEC의 주도로 스팩 규제가 이뤄지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자본시장법에 따라 스팩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어 미국보다 엄격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면책규정에 있어서는 느슨한 규제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미래 수익전망 추정에 대한 면책을 스팩에만 허용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직상장과 스팩 모두에 면책을 부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 스팩 합병가 산정 과정에서 상장기업의 기업가치가 부풀려질 수 있다는 것은 당국도 인지하고 있다"며 "SEC가 개정 추진 중인 스팩 제재안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인 만큼, 금융위와 논의를 거쳐 제도를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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