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올해 3분기 실적 신장에 성공했으나, 연간 매출 및 수주 목표 달성에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 해의 마지막 분기만 남겨 두고 있는 가운데 목표치 대비 매출액은 60%, 수주는 40%에 그치고 있다.

8일 KAI에 따르면 회사는 3분기 매출 1조71억원과 2108억원의 신규 수주를 달성했다. 누적 기준 매출은 2조3093억원, 수주 실적은 1조8362억원으로 집계된다.

KAI가 세운 올해 매출·수주 목표는 각각 3조8253억원, 4조4769억원이다. 지난해 폴란드의 국산 경공격기 FA-50 48대 구매로 단숨에 4조원 이상의 수주 실적을 쌓아 올린 만큼 매출은 전년의 135.7%로 올려 잡았지만, 수주에선 기저 효과를 감안한 듯 지난해 가이던스 수준으로 눈높이를 유지했다. 그럼에도 매출은 목표의 40%, 수주는 60% 가량을 아직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별로 뜯어보면, 먼저 매출의 경우 완제기 수출 사업이 가장 미흡하다. 1조2354억원을 목표로 설정했으나 아직 30% 수준인 3920억원만 반영돼 8434억원이 남았다. FA-50 폴란드 공급의 매출 인식이 지연된 탓이다. 국내 사업의 누적 매출은 1조3466억원으로 4403억원이, 기체 부품은 5604억원으로 2426억원이 남아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다.

다만 매출 목표 달성은 충분히 가능한 것이란 예상이다. FA-50 수출 효과가 올해 3분기부터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KAI는 FA-50 말레이시아, 폴란드 인도 물량을 매출에 반영하며 전년 동기 대비 65.4%, 전분기대비 37.3%의 외형 성장을 이뤘다. 폴란드 물량의 경우 회사가 인도를 공식화한 건 2대지만 일각에서는 6대를 인도했으며 이 중 4대분을 매출로 인식했을 것이란 견해도 내놓고 있다. 연내 폴란드향 FA-50 총 12대 납품 계획을 고려하면 최대 8대를 실적에 반영할 수 있는 셈이다.

수주액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완제기 수출 사업은 1조2258억원으로 목표인 1조1669억원을 훌쩍 상회한다. 이미 1분기 말레이시아 FA-50 공급 계약으로 일찌감치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나머지 사업들은 갈 길이 멀다. 특히 최대 비중을 할애한 국내 사업의 경우 1~3분기 수주액이 2383억원으로 목표인 2조4643억원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작은 파이인 기체 부품 사업의 수주액이 3721억원으로 국내 사업을 앞선다. 해당 사업의 경우 앞선 3개 분기 합계보다 큰 4700억원 이상의 수주 실적을 내야 목표(8457억원)에 부합할 수 있다. 지난 10월 영국 항공기 제작 기업 에어버스와 4006억원 규모 공급 계약을 맺어 목표 달성이 수월할 전망이다.

사업별 세부 목표에 구애 받지 않는다면 FA-50 수출 확대에 기대를 걸어 볼 만하다. 현재 KAI는 말레이시아와 FA-50 18대 추가 납품을 협상 중이다. 이집트에서는 최대 100대 규모의 FA-50 신규 수출을 위한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KAI의 올해 3분기 기준 수주 잔고는 20조3732억원이다.

KAI 관계자는 "수주 목표는 도전적으로 제시하는 만큼 달성하면 좋은 개념"이라며 "특히 해외 수주는 상대국의 정권 교체 등 상황에 따라 미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