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태평양물산이 하반기 매출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 시장에선 부정적인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 내 소비가 둔화되는 가운데 재고 조정이 끝났음에도 의류업체들의 생산 요청이 늘지 않고 있단 이유에서다. 하지만 회사 측은 하반기 들어 수주 물량이 늘고 있는 만큼 매출 역시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입장이다.

태평양물산은 1972년 설립된 회사로 해외 의류업체OEM(주문자상표부탁생산) 사업을 주력으로 영위하고 있다. GAP(갭), PUMA(푸마), RALPH LAUREN(랄프로렌) 등 대부분의 고객사가 미국 의류업체인 까닭에 미국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높다. 최근 5년(2018~2022년)만 봐도 전체 매출 4조7061억원 가운데 62.8%에 해당하는 2조9547억원이 미국에서 발생했다.

이 같은 사업 특성으로 인해 태평양물산은 미국 내 소비 기조에 따라 매출 변동이 크다. 실제 2018년과 2019년에는 엇비슷한 970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야외 활동이 사실상 전면 금지됐던 2020년 785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후 소모임이 가능했던 2021년 8929억원으로 다소 회복했고, 엔데믹이 본격화 된 작년에는 1조846억원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다.

문제는 지난해 미국 패션기업들이 대규모 발주를 넣었는데 연말 고금리·고물가 등 비우호적 환경이 조성됐고, 이로 인해 의류 소비가 줄면서 올 들어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단 점이다. 태평양물산의 올 상반기 실적만 봐도 매출액은 연결기준 4283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7% 줄었다. 이에 시장에서는 미국의 10월 소비자기대지수가 전월 대비 6.5%포인트 낮은 59.3%로 집계됐고,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6월 이후 가장 낮은 59.3%에 그치는 등 소비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만큼 태평양물산의 하반기 매출 역시 드라마틱하게 늘진 않을 것으로 전망 중이다. 

시장 한 관계자는 "재고 조정이 끝나고 나면 태평양물산의 실적이 조금은 호전되겠지만 여전히 리스크는 있다"며 "미국 내 소비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미국 의류업체들이 보수적 재고 정책을 이어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미국의 소비 기조를 살펴보면 둔화되는 양상이 보이고 있어 하반기에 드라마틱한 반등을 기대하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태평양물산 관계자는 "재고 조정이 끝나면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되며 바이어들도 재고 소진에 힘을 쓰고 있다"며 "재고가 일정 부분 소진이 되면 추가 수주도 당연히 이루어질 전망이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적으로 하반기에 수주가 몰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미국 소비가 둔화된다고 해도 수주가 일정량 증가해 전체 매출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