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이 전 회장의 서울 중구 장충동 자택과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에 있는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사무실,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태광CC를 압수수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기존에 알려진 횡령사실 외에 추가로 파악된 사안이 있다"며 "회삿돈 수십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전 회장은 지난 2011년에도 회삿돈 205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법정 구속됐다.

이 전 회장은 과거에도 횡령으로 실형을 선고받았고 이로 인해 태광산업의 투자시계는 2011년에서 멈춘 상태다. 마지막으로 회사채 평가를 받은 것도 2010년 말이다. 외부 자금조달이 수월치 않다보니 지난해 그룹 계열사인 흥국생명은 같은 계열사인 티시스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았다.

지난해 12월 흥국생명은 계열사인 티시스와 티캐스트를 대상으로 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약 2300억원을 조달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당초 태광산업을 대상으로  전환우선주 발행을 검토했으나 태광산업 지분을 5.8% 보유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의 반대로 무산됐다.

만약 이 전 회장에게 이번에도 실형이 선고될 경우 그룹의 신용도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우선 신용평가사들은 태광그룹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총수가 횡령으로 구속이 되는 경우 경영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당장의 신용도에 반영되진 않겠지만 내부통제 여부가 회사의 신인도에 영향을 미치고, 영업적인 측면이나 자금조달 여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ESG 관련 업체들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ESG 평가사 관계자는 "아직 압수수색 단계라 모니터링을 계속 해봐야 한다"면서도 "총수 횡령의 경우 지배구조 관련 컨트로버시(Controversy)가 발생했다고 판단해 ESG 리스크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앞서 올해 5월 시민단체 경제민주화시민연대가 발표한 국내 50대 기업의 ESG 평가 지수에서 태광그룹은 2년 연속 제일 낮은 50위를 기록했다. 당시 해당 단체는 "태광은 일감 몰아주기 등 오너 리스크와 방사성 폐기물 이전, 흥국생명 채권 사태 경제 여파 등 꾸준한 사회적 논란으로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실제 태광산업은 한국ESG기준원의 올해 상반기 평가에서 가장 낮은 'D(매우 취약)' 등급을 받았다. 한국ESG기준원은 최하점인 D등급을 받은 기업을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이 높다고 분류한다. 같은 기간 또 다른 평가사인 서스틴베스트에서도 'B' 등급을 받았다.

ESG가 트렌드로 부각되면서 최근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매출과 영업이익 등 재무성과와 ESG 요소를 반영한 비재무적요소를 모두 반영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운용 자산의 50%를 ESG를 중시하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며 은행들은 ESG 성과가 좋은 기업에 금리는 낮추고 한도는 늘려주는 대출을 선보이고 있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횡령 혐의가 사실이라면 부정적 영향이 없을 순 없겠지만 현재 조사가 진행중인 사안이라 별도의 입장을 말씀드릴 것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