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LG디스플레이의 애플향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LG그룹까지 나섰다. 연내 LG디스플레이가 수익을 낼 수 있는 활로는 아이폰용 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뿐이다. 중소형 OLED 패널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 위해선 애플과 거래가 필수적인 만큼 우호적인 관계를 위해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 최고위급 인사와 LG디스플레이 고위급 인사가 미국 캘리포니아 애플 본사를 방문해 아이폰15 프로 시리즈 패널 납품 문제를 상의했다. 품질 문제로 납품 가능한 물량이 당초 계획보다 줄어들자 컨트롤타워인 그룹사까지 합류해 애플과 조율에 나선 상황이다. 

지난달 애플은 아이폰15 시리즈 4종(6.1인치형 기본, 6.7인치형 플러스, 6.1인치형 프로, 6.7인치형 프로맥스)을 출시했다. LG디스플레이는 애플에 아이폰15 프로 라인 2종(프로, 프로맥스)에 들어가는 저온 다결정 산화물(LTPO) OLED 패널을 납품한다. 

LTPO OLED 패널에는 전력 소모량이 적은 '옥사이드(Oxide)'와 고해상도에 적합한 '저온 다결정 실리콘(LTPS)' 등이 결합된 박막트랜지스터(TFT) 기술이 적용된다. 성능 면에서 뛰어난 만큼 제조 원가도 높다. 애플이 아이폰 프로 라인에만 LTPO OLED 패널을 적용하는 이유다.

당초 LG디스플레이는 애플 아이폰15 프로 라인에 LTPO OLED 패널 4500만대를 공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애플이 아이폰15 프로 라인에 적용한 ▲저사출 압력 오버몰딩(LIPO) ▲다이내믹 아일랜드(Dynamic Island)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결함이 발생했다. 베젤 폭(2.2mm→1.5mm)을 줄이고 완성된 패널에서 다이내믹 아일랜드(안면인식 구멍)를 레이저로 뚫는 과정에서 암점 등 불량이 발생한 것이다. 

양산 과정에서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할 수 있는 패널 물량은 1000만대로 떨어졌다. 앞서 LG디스플레이는 애플 아이폰15 시리즈 중소형 OLED 패널 납품을 전제로 연내 분기 흑자전환을 약속했다. 그간 수익성을 견인해 왔던 TV용 대형 OLED 패널은 사실상 업황 반등 기미가 없다. LG디스플레이로서는 애플향 납품에 차질이 생기면 분기 적자를 계속 이어갈 수밖에 없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LG그룹 차원에서 애플 본사를 찾았다고 전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의 아이폰15 시리즈 납품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LG그룹까지 나서 미국을 방문했다"며 "협상 과정에서 삼성디스플레이 의존도가 계속 높아지면 애플의 협상 우위가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발언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아이폰15 프로 초기 출하량이 예상보다 적은 것도 애플이 LG디스플레이 사정을 봐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번 아이폰15 시리즈에서도 중소형 OLED 패널 공급자 차원에서 절대적 우위를 점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하는 OLED  패널 물량은 전작 7000만대에서 9000만대까지 증가했다. LG디스플레이 아이폰15 시리즈 공급 물량은 현재 3000만대까지 회복된 상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하청 부품사를 여러 개 두고 서로 경쟁하게 만들어 납품 단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경쟁 우위를 점하는 회사"라며 "그런데 중소형 OLED 패널에서만큼은 삼성디스플레이 납품 비중을 낮출 수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