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천종윤 씨젠 대표가 제2의 도약을 위한 활로 찾기에 한창이다. 코로나 엔데믹으로 인한 적자경영 속 비(非)코로나 진단키트 사업 가능성을 확인한 상황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진단시약개발 및 기술공유 등을 통해 장기적인 관점의 성장동력 발굴까지 나서고 있는 까닭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씨젠이 과학 학술지 네이처를 발행하는 영국의 스프링거 네이처와 진단시약 개발 글로벌 공개모집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프로젝트는 신드로믹 정량 PCR 진단시약 15종을 개발하는 15개의 지정과제로 구성되며 임상과제 수행자를 다음달까지 공모하고 내년부터 시약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다. 신드로믹 PCR은 질병을 유발하는 여러 병원체들을 한번에 검출할 수 있는 검사다.

이번 프로젝트가 주목되는 것은 씨젠이 스프링거 네이처와 진행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제품 개발 개수를 연간 수백, 수천 개로 늘리겠다는 전략을 밝힌 까닭이다. 전 세계 전문가 네트워크를 확보할 수 있어 기술공유사업의 가속화와 분자진단의 대중화를 꾀할 발판을 마련하게 됐단 설명이다.

씨젠의 기술공유사업은 기존의 코로나 분자진단기업에서 나아가 천종윤 대표가 내세운 글로벌 분자진단 유통기업으로 도약하는 핵심 사업이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남다르다. 우선 해당 사업은 진단 및 데이터분석 기술을 제공하는 씨젠의 '원시스템'을 각국 대표기업들에게 공유하고 다양한 분야의 현지 맞춤형 진단제품을 직접 개발하토록 하는 게 골자다. 

일찍이 씨젠은 이스라엘, 스페인의 대표 진단기업과 차례로 기술공유 파트너십을 맺은데 이어, 올해 안에 유럽 및 아시아 국가 대표기업과도 계약 체결을 추진 중이다. 오는 2028년까지 100여 개국 대표기업과 계약을 성사시키겠다는 목표다. 이와 관련해 장비, IT, 소모품 회사 등을 인수합병(M&A) 할 계획도 수립중이다.

업계는 천종윤 대표가 비코로나 진단사업의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추는 동시에 장기적 관점의 캐시카우 확보의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관측 중이다. 이 회사의 비코로나 사업이 올 2분기 기준 전체 매출의 60%, 시약 매출의 75%를 차지하는 등 새로운 성장동력 가능성을 확인한 상황에서 낭보가 잇따르고 있단 이유에서다.

천 대표는 올 7월 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명회에서도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종료됐다고 본다"며 "비코로나 부문에서 진짜 실력이 나오는데 올해를 기점으로 (기술공유 사업 등을 앞세워 자사가)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 특수가 끝나면서 부진을 면치 못했던 씨젠이 단순히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기 보다는 진단키트 사업영역 확장 자체가 유리하단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며 "씨젠이 코로나19 진단외 암 질환, 호흡기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거나, 진단기기 사업을 그간의 대형병원 뿐 아니라 중소형 병원에까지 확대하고 있는 점 등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씨젠 관계자는 "시약 개발이나 기술공유사업 등은 당장의 수익성은 나지 않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현재 재고 자산 등 비용 감축이 잘 진행되고 있는 만큼 빠른 시일내에 흑자로 돌아설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천 대표는 1957년생으로 2000년 씨젠을 설립한 이후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해 세계 65개 국 이상에 수출하며 2020년 매출액 1조원대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