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에넥스의 실적이 악화일로다. 주력으로 삼았던 B2B(Business to Business) 사업이 코로나19 팬데믹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게 주 요인이다. 이에 실적 개선을 위해 연초부터 B2C(business to consumer) 사업 강화 및 니치마켓 공략을 위해 펫가구 등 신사업에 뛰어들긴 했으나 브랜드 인지도가 낮다 보니 아직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부엌 가구 전문업체 에넥스의 실적은 2019년부터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 회사의 매출액은 2018년만 해도 4457억원에 달했으나 ▲2019년 3636억원 ▲2020년 2337억원 ▲2021년 2018억원 ▲2022년 2060억원 순으로 최근 5년 간 연평균 16.4%씩 감소했다. 수익 지표도 다르지 않다. 2019년 28억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한 이후 ▲2020년 37억원 ▲2021년 80억원 ▲2022년 201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B2B 사업에 치중된 사업구조와 무관치 않다. 에넥스는 건설사 영업을 통해 신규 분양아파트에 주방가구와 수납가구를 공급하는 사업으로 성장해 왔다. 코로나19 팬데믹에 이은 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B2B 사업 수요가 줄면서 이 회사의 실적 역시 자연스레 악화된 것이다. 실제 신규 아파트 분양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작년만 해도 에넥스의 B2B 사업 매출 비중은 84.1%에 달했다.

에넥스도 이에 실적 개선을 위해 올 들어 많은 변화를 꾀하고 있다. 우선 B2C 매출 늘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를 위해 소비자 접점 확대를 위해 올 1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가구거리에 에넥스 플래그십 스토어 'THE ENEX 강남'을 오픈했다. 아울러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EK9 뉴그랜드' 'EK9 인피니트' 등 프리미엄 주방 제품 뿐만 아니라 'EKI 심플', 'EK5 벤타나' 등 보급형 시스템주방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이외 니치마켓 공략을 위해 펫 가구 시리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다만 B2C 사업에서 아직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 상반기 실적을 보면 매출액의 경우 1125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4%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42억원으로 57.6%나 감소하긴 했는데 B2C 사업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3%에 불과해서다. 이에 시장에선 에넥스의 브랜드 인지도가 B2C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경쟁 또한 치열한 만큼 회사의 기대와 달리 단기간 내 해당 사업이 캐시카우로 성장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에넥스는 부동산 경기가 코로나19 이후 여전히 회복되지 않으면서 B2C사업을 돌파구로 삼았지만 낮은 브랜드 인지도가 발목을 잡는 상황"이라며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정체성을 알리기 위한 활발한 영업활동 및 마케팅에 지속적으로 힘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시장의 등락과 관계없이 자생할 수 있는 방안 또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에넥스 관계자는 "주택 거래량 감소에 따른 단기적 불황을 겪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주택 매매거래의 점진적 회복과 노후주택 증가에 따른 인테리어 수요 확대로 전반적인 실적 반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생활패턴에 맞춰 차별화된 디자인과 고품질의 제품으로 B2C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