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한국항공우주의 부채비율이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400%를 웃돌았다. 올들어 사채와 차입금 일부를 갚아 채무는 줄었는데, 부채비율은 이전 보다 오히려 높아진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의 부채비율을 끌어올린 주범은 일종의 회계성 부채라 불리는 선수금이다. 폴란드 수출을 비롯해 수주 실적을 쌓아 올리다 보니 선수금도 불어난 것이다. 아직 계약 상대방에 제품을 넘기지 않았기 때문에 선수금이 부채로 잡히지만 채무성 부채와는 성격이 다른 '착한 부채'다.

31일 한국항공우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423%를 기록했다. 지난 1분기(418%) 이어 2개 분기 연속 부채비율이 400%를 넘어선 것인데, 사실 여기에는 허수가 존재한다. 한국항공우주의 총부채 6조원 가운데, 계약부채(초과청구공사)와 선수금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 상반기 계약부채와 선수금 비중은 약 62%를 기록했다. 오히려 한국항공우주는 올 상반기 유동성차입금 약 180억원과 2000억원 규모의 사채를 상환했다. 계약부채와 선수금은 모두 영업활동과 관련된 것으로, 수주 산업군에서 주로 발생하는 회계상 부채다. 차입금이나 사채와 같은 채무성 부채와는 성격이 다른 부채다. 

예컨대 전투기 10대를 만들어주는 대가로 계약금의 50%를 미리 받았다면 이는 선수금으로 분류한다. 계약 상대방에 넘겨야 하는 총 10대의 전투기 중 5대밖에 만들지 못했는데 7대를 제작한 만큼의 돈을 받았다면, 공정률을 초과해서 받은 것이기 때문에 계약부채로 계상한다. 다만 아직 완제품을 넘기지 못해 부채 항목에 넣는 것이다. 선수금과 계약부채 모두 늘어난 만큼 수주 실적이 좋았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착한 부채'로 통한다. 

계약부채와 선수금 규모는 지난 2020년 1조6833억원에서 2021년 2조1828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이듬해 3조7851억원으로 뛰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3조8428억원으로 견조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선수금이 불어난 것은 지난해 폴란드와 체결한 경공격기 FA-50 수출 계약이 계기가 됐다. 폴란드 군비청과 계약해 오는 2028년까지 한국항공우주는 FA-50 48대를 만들어 넘겨야 한다. 해당 수출 건은 계약금이 4조2081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계약이다. 폴란드 측이 일부 금액을 미리 지급하면서 작년 한해 동안 계약부채가 1조원 이상 증가했다. 

이후에도 여러 계약을 따내 계약부채는 줄지 않고 있다. 상반기 기준 수주 잔고는 25조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연간 한국항공우주의 매출이 2조~3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향후 10년치 일감을 미리 확보한 셈이다 

일종의 미수금인 계약자산이 줄어든 것도 긍정적이다. 한국항공우주의 상반기 계약자산은 전년 말 1963억원에서 올 상반기 1762억원으로 줄었다. 계약자산의 감소는 현금흐름을 양호하게 만든다. 실제 올 상반기 계약자산 감소에 따른 현금 유입금은 29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현금 58억원이 유출된 것과 상반된다. 

업계 관계자는 "내수용 군용기 판매도 양호하지만 기대감을 키우는 점은 수출이다"라며 "폴란드 수주로 수출 경쟁력을 확인했으며 수주 랠리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