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일양약품이 충북 음성 공장에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등 백신 사업 확대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이는 일양약품 오너3세인 정유석 부사장이 지난 4월 공동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뒤 처음 발표한 투자 계획으로, 해당 투자 성과 여부가 그의 경영 능력을 검증할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양약품은 최근 충북 음성의 인플루엔자 백신 공장 완제 라인 증축을 위해 3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투자금은 자기 자본 대비 10.27% 비중이며, 투자 기간은 2024년까지다. 회사 측은 이 시설의 완제라인을 증축해 백신 생산량을 끌어올리고,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일양약품은 국내에서 백신원료부터 완제품까지 자체 개발·생산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기업 중 하나다. 2011년 4월 음성 백신공장을 준공해 2014년 유정란 배양 방식의 3가 독감백신 생산·판매를 시작했으며 2016년 9월에는 4가 독감백신 품목허가를 완료한 바 있다. 국내 시장에서 10% 가량의 점유율을 유지해오던 일양약품이 시설 투자를 결정하게 된 것은 정유석 대표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는 창업주 고(故) 정형식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도언 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2006년 일양약품 마케팅담당 과장으로 입사한지 17년 여만에 대표 자리에 올랐다. 현재로서는 동생인 정희석 일양바이오팜(비상장) 대표보다 정유석 대표가 더 유력한 후계자로 꼽힌다. 그런 그가 대표 취임 후 가장 먼저 독감백신 시설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이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국내외 백신 시장에서 정체된 시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일양약품은 이미 지난 6월 정부 입찰에서도 독감백신 시장 확대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일양약품은 당시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입찰 시장에서 6개 기업 중 가장 낮은 입찰가를 써내며 경쟁사들의 공급물량을 빼앗아 오는데 성공했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통상 독감백신 NIP 입찰 가격은 1만600원~1만700원 사이에서 정해지는데, 일양은 1만100원으로 최저가 기록을 갈아치웠다"며 "지금 와서 보니 이때부터 정 대표의 독감백신 시장 확대에 대한 의지가 뚜렷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일양약품은 기존 유정란 배양 백신 뿐만 아니라 세포배양 백신 연구도 시작했으며, 관련 인재 영입도 본격화하고 있다고 들었다"며 "정 대표가 꺼내든 백신사업 강화 카드가 시장에서 얼마나 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일양약품 관계자는 "독감백신의 효능과 효과는 물론 높은 안전성을 바탕으로 백신 공장 가동과 생산성을 높여 국내 백신 수요를 충족시켜 갈 계획"이라며 "북반구는 물론 남반구 독감백신 수출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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