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9일 보고서를 통해 "전일 초전도체 관련주의 급락은 사실상 20분만에 완료됐다"며 "7거래일 간 반영된 이슈인 점과 개인 투자자 분포를 고려하면 조정시간이 매우 짧은 편이어서 제2의 시타델 DMA 사태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전일 초전도체 관련주는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다"라는 미국 메릴랜드대 응집물질이론센터(CMTC)의 발표에 급락했다. 해당 관련주는 9일에도 개별적으로 큰 폭의 등락을 이어가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LS전선아시아의 주가는 전일 12.61% 급락하다 9일 오전 11시42분 기준 장중 24% 이상 반등했다. 반면, 서원은 전일 24% 하락 후 추가로 5% 이상 내렸다. 코스닥시장에서 서남은 전일 하한가를 경험한 후 현재 17% 이상 추가 하락하고 있다.

고 연구원은 "관련주의 조정과 거래량 증가는 전일 오후 2시 이후부터 사실상 20분만에 완료됐다고 볼 수 있다"며 "2시12분께 매도 주문이 주가 하락에 결정적이었는데, 7거래일 간 회자된 이슈인데다가 다수의 개인투자자 분포를 감안하면 8분의 조정시간은 극히 짧다"고 분석했다.

이어 "패닉셀의 투매로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며 "해당 테마로 시세를 견인한 기존 매수자의 매도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해당 종목들 대부분은 펀드 기반의 기관, 외국인이 투자하기에 작은 크기의 종목이고, 공매도도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고 연구원은 관련주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짧은 시간의 거래량 폭증과 호가 하락을 볼 때 DMA 채널을 통한 알고리즘 거래가 의심된다고 강조했다.

국내 증시에서 DMA 채널을 이용한 알고리즘 매매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 시타델증권이 행한 트레이딩의 예가 있다. 당시 시타델증권은 DMA를 통해 호가, 체결 정보를입수해, 호가 생성과 취소를 단기간에 진행하는 알고리즘 매매를 진행했다.

당시 반복적으로 고가에 물량을 매수하고, 호가 공백 메우기의 방식으로 주가 등락이 반복됐으며, 2017년 10월부터 2018년 5월 사이 당국에 확인된 거래는 264개 종목, 6796개 회사에 달했다.

고 연구원은 "당시 시타델증권이 거래한 DMA 채널인 메릴린치 창구의 외국인 거래로 관련 종목의 주가 상승, 하락이 빈번했다"며 "2018년 당시 개인 투자자의 국민청원으로 조사가 착수된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초전도체 관련주의 급락 사태를 2018년 시타델증권의 예와 유사하다고 본 이유로 "외국인 수급 측면에서 과도한 매수, 매도량의 회전율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투자자의 위험 노출은 매 거래일 진행되고 있다"며 "거래 질서 문란 계좌 지정 등 행정적 조치에 대해 금융당국이 과감해질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