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수개월을 끌어오던 STX중공업 인수전이 드디어 마무리됐다. HD한국조선해양은 기존 최대주주가 갖고 있던 구주를 주당 6000원에 인수한다. 

이는 최근 시세가 전혀 반영이 안 된 가격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모은다. 프리미엄을 얹어 가치를 산정하는 업계 관례를 벗어났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파인트리파트너스가 보유한 STX중공업 지분 35%를 취득하는 내용의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성기종 HD한국조선해양 IR담당 상무는 지난달 28일 컨퍼런스콜에서 "조만간 협상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이후 3일 만에 STX중공업 인수를 완료했다. 인수가의 절반은 구주 인수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STX 중공업이 진행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이번 딜에서 이목이 쏠린 부분은 '가격'이다. 파인트리파트너스가 보유한 구주 652만4174주는 주당 6000원에, 새로 발행하는 신주 536만4670주는 주당 7871원에 취득한다. 구주와 신주의 가격 차이가 상당하다. 특히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액을 정하는데 기준이 된 주가가 8745원으로 구주 가격을 최근 시세 보다 훨씬 낮게 평가했다.

앞서 HSD엔진을 인수한 한화그룹은 구주 인수가를 주당 8900원, 신주 인수가를 주당 7520원으로 정했다. 구주를 더 비싸게 인수했단 점에서 STX중공업 거래와 대조적이다. 구주 인수가는 신주 발행가액 기준주가 8354원과 비슷한 수준에서 확정했다.

가치 평가할 때 활용하는 지표를 따져봐도 STX중공업 인수 가격에 시세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는 점도 특징이다. STX중공업 지분 취득 금액은 총 814억원으로, 주당 6844원에 인수하는 셈이다. 1분기 기준 BPS(주당 순자산가치)는 6723원이다. 여기에 6844원을 대입하면 STX중공업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을 1배 미만으로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에프앤가이드가 추산한 올해 STX중공업 예상 순이익이 126억원을 감안한 주당순이익은 441원이다. 여기에 똑같이 주당 인수 가격 6844원을 대입하면 HD한국조선해양이 평가한 PER(주가수익비율)은 15.51배라는 계산이 나온다. 인수를 확정한 당시 종가(8970원)를 대입해 계산한 PER 20.34배 보다 훨씬 저평가됐다. 

이는 일반적으로 인수합병(M&A) 과정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주는 점과는 대조적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많게는 인수 가격에 100%까지 더 얹어주는 게 국내 M&A 시장의 관례"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결과는 매도자가 기대하는 몸값과 매수자가 인정하는 가치에 격차가 크게 벌어진 것이 원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 지난 3월 본입찰 이후 상당 기간 결론을 못 내고 양사가 협상을 끌어온 것도 이 때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매수자 입장에선 최근 주가가 오른 게 기업의 본래 가치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시세와 회사가 인정한 가치간 괴리가 컸다고 진단했다. 

조선업 경기가 오랜 기간 어려워지면서 선박의 주요 부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의 실적이 난조를 보였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STX중공업의 실적은 최근 5년간 흑자와 적자를 오가며 널뛰었다. 이는 HD현대중공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박 엔진 업체들 실적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인수 가격을 추정할 때 동종 업계 가치도 함께 고려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저조한 실적 탓에 STX중공업 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적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수 가격이 보통의 딜과 다른 이유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손익이 마이너스라고 해서 가치를 '제로'로 산정할 수는 없지 않나"라며 "보통 PBR 등 지표를 활용하는데, 이번 건은 수주 실적 등 다른 지표를 고려해 가치를 평가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