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혈액 속에 떠돌아 다니는 순환종양세포(Circulating Tumor Cell, 이하 CTC)에는 무수한 정보들이 담겨 있다. 이 정보를 잘 활용하면 암 진단 뿐만 아니라 암세포 종류, 돌연변이 유무를 파악할 수 있고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제를 찾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해웅 싸이토젠 사업개발본부장은 27일 딜사이트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앞으로는 혈액으로 암을 진단하고, 변이 여부를 파악해 특정 약물이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지 미리 알 수 있는 '동반진단'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CTC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암 바이오마커다. 암세포에서 떨어져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는 CTC양을 측정하면 거꾸로 암의 종류와 발현 정도를 추정해 조기진단과 전이암 감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CTC는 온전한 세포분석이 가능해 기존의 암 바이오마커인 ctDNA(circulating tumor DNA)보다 더 많은 정보를 획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 본부장은 "기존에는 암세포에서 떨어져나온 DNA 조각을 분석해 특정 유전자변이를 감지할 수 있는 ctDNA 기반 액체생검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보다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CTC 방식이 더 주목받고 있다"며 "CTC는 DNA 파편이 아닌 온전한 세포 분석이 가능해 DNA 및 RNA 변이 등 종합적인 분석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싸이토젠은 CTC 기반 액체생검 기업 중에서도 독보적인 검출·분리 기술을 보유 중이다. 혈액 1ml에 혈구 세포는 10억개가 존재하는데 그 중 CTC는 1~10개 수준에 불과해 회수율이 매우 낮다. 하지만 싸이토젠은 고밀도미세다공(HDM) 칩을 활용, 중력 기반으로 CTC 검출이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해 CTC에 가해지는 손상을 최소화하고 살아있는 CTC를 분리할 수 있다. 이 본부장은 "우리가 보유한 기술을 사용하면 100개의 세포를 집어넣을 시 80개를 캡처링할 수 있다"며 "이 기술은 일정하게 세포를 캡처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기술은 현재 상용화된 경쟁 CTC 액체생검의 한계점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 CTC 액체생검은 암에서 발현되는 상피세포접착분자(EpCAM)이라는 바이오마커를 검출하는 방식이다. 미국 바이오기업 셀서치가 대표적이다. 

이 방식은 상용화 된 이후 시장의 이목을 끌었지만 모든 암에서 EpCAM 바이오마커가 검출되지 않는다는 한계점이 존재했다. 해당 바이오마커가 많이 발현되는 것으로 알려진 유방암에서도 절반 가량은 검출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아가 마그네틱비드라는 자기장 방식을 이용하다보니 포집 과정 중 암세포가 죽거나 훼손되는 문제도 있었다.

반면 싸이토젠의 기술을 활용하면 살아있는 'live CTC'를 포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세포를 분석하는 기계를 독자적으로 개발해 진단 결과를 분석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기존 3시간에서 30분으로 줄였다. 싸이토젠은 이 같은 독보적인 CTC기반의 액체생검 기술을 바탕으로 국내외 임상 스크리닝 서비스, 비임상 서비스, 동반진단 개발, 약물선정 서비스와 모니터링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특히 이들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은 미국 시장이다. 

싸이토젠은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해 말 텍사스에 위치한 엑스퍼톡스(ExperTox) 클리아(미국 실험실 표준 인증) 랩을 인수했다. 국내 체외진단업체가 미국에 제품을 출시하려면 시판 의료기기와 동등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와 임상실험이 필요하다. 이 과정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 하지만 클리아랩 제도를 통하면 이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고 진출할 수 있다.

엑스퍼톡스는 미국의 애보트사 등 주요 제약사와 병원을 메인 파트너사로 두고 있어, 이들 제약사와 병원들에 대한 싸이토젠 본사와의 긴밀한 협력이 매우 용이할 것으로 이 본부장은 전망했다.

이 본부장은 "클리아랩을 이용하면 별도 FDA의 인증없이 곧바로 미국내 진단서비스를 제공할 수있다"며 "클리아랩을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는 향후 FDA 승인을 받는데 참조자료로 제출가능한 데이터로 활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싸이토젠은 미국 국립보건원에 자사 액체생검 플랫폼의 핵심인 CTC Isolator를 배치하는 등 사업계획에 따라 연내 미국 6개 거점 확보, 내년에는 주요 암센터를 중심으로 2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